◎의류업계 중저가품 「판매전쟁」/재벌 물량전에 중기 덤핑 맞서/이랜드 영향… 숙녀복 15만원선봄철 성수기를 앞두고 의류업게의 중저가품 판매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중소업체들이 새로운 중저가품 상표개발에 박차를 가하는가 하면 값비싼 유명상표를 전문적으로 생산해 온 대기업들도 중저가품 상표개발에 대거 참여,올해를 기점으로 의류업계의 판도마저 달라질 전망이다. 올해 선보이는 중저가품은 신사복이 한벌당 12만∼20만원,코트 9만∼16만원,숙녀복 15만원 내외,캐주얼웨어 9천∼2만5천원,셔츠 9천∼4만원이어서 터무니 없이 높기만 하던 옷값이 대폭 하락할 전망이다.
중저가품 경쟁이 치열해지게된 것은 소비자들이 상표위주보다 실용성 위주로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데다 의류업계가 수출부진으로 내수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데 따른 것이다.
이미 캐주얼웨어쪽에서는 덤핑현상까지 나타나고 있고 가격경쟁에 이어 제품의 질과 디자인 경쟁도 뒤따를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추이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저가품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무명 이랜드사의 매출액이 1천억원을 돌파하면서 부터이다. 이랜드의 중저가 상표가 적중하자 유명 의류업체들이 이같은 전략을 경쟁적으로 수용,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표를 개발했다.
신사복의 경우 삼성물산 제일모직 럭키금성 삼풍 등 4개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물량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들 업체들은 실용성 및 감각을 추구하는 25∼35세 일반 회사원 및 대학생등 젊은층을 주대상으로 공략할 계획.
삼성물산은 지난해말 「빌트모아」라는 새 상표로 12만8천∼16만5천원짜리 신사복을 개발,올해부터 본격판매에 나섰다. 이와함께 8만9천원짜리 코트도 판매할 계획인데 이들 제품의 올 매출액을 50억원으로 잡고 있다.
제일모직은 「브룩스힐」 상표의 13만8천∼19만5천원짜리 신사복을 이달중으로 선보일 예정인데 사업 첫해인 올해의 매출규모로 55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말 14만∼18만원짜리 「브렌우드」 신사복을 내놓은 삼풍도 올해 매출액을 80억원으로 잡고 다른 상표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럭키금성은 「타운젠트」라는 상표로 12만∼19만원짜리 신사복과 11만∼16만원짜리 코트를 올 여름부터 시판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백화점등 대형 유통업체도 10만원대 중저가 신사복 상표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양유통은 GMS(대중 양판점)를 본격적으로 전개하면서 중저가 기획상품인 「마리나」를 이달안에 시판할 계획이다. 박리다매를 전략으로 하는 GMS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 유통점들은 중저가품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이 중저가 신사복에 열을 올리는 것은 신사복의 기성화율이 82년 13%에서 지난해 55%로 급신장,기성복의 시장규모가 3천5백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대해진 것이 직접적인 계기.
기성복 업체들은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정부의 지시에 따라 마지못해 20만원 이상인 신사복의 가격을 10% 인하했지만 이제는 시장변화에 따라 업게가 앞장서 가격을 내리고 있다.
캐주얼웨어는 신사복과 달리 무려 1백여개의 중소업체들이 물경 1조5천억원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시장을 놓고 혼전을 벌이고 있다.
86년 이랜드사가 중저가품 돌풍을 일으키자 중소업체들이 다양한 상표를 개발,일찍이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해부터 대기업의 중저가 캐주얼웨어 시장진출이 본격화 되자 덤핑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점퍼는 3만∼5만원,니트와 셔츠는 1만원대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전망이다.
논노는 이달부터 「데따데이트」 등 7개 상표로 1만1천∼4만원짜리 티셔츠를 대량 쏟아놓을 계획이며 한일합섬은 「잭다니엘」 상표의9천∼2만5천원짜리 남성캐주얼웨어와 「러브보트」상표의 9천∼2만6천원짜리 여성캐주얼웨어를 조만간 시판할 예정이다.
또 고가품만을 고집해온 코오롱도 올 여름부터 「코레스트」 상표의 3만5천∼4만원짜리 점퍼와 함께 「아르페지오」 상표의 15만원 안팎의 숙녀복을 선보일 계획이며 중저가 캐주얼웨어에 무관심했던 삼성물산 럭키금성 등 대기업들도 빠르면 올해안으로 진출할 전망이다.
중소업체들은 자체 경쟁으로도 힘이 부치는데다 대기업까지 뛰어들자 덤핑판매를 하고 있다. 중소업체들의 경우 공장을 직영하지 않고 상표만을 개발해 유지해 왔으나 판매부진에 따른 현금부족으로 30∼35% 세일판매를 실시,원가만을 간신히 건지고 있는 실정이다. 1백여개 중소업체중 비교적 경쟁력을 가진 업체는 10여개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선두주자인 이랜드사도 올해에는 상표개발의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고 신상품 개발 여부가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저가품 바람은 고가의 사치품으로 인식된 모피업계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진도모피는 지난해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모피의 대중화를 표방하면서 품질은 3백만원대,가격은 1백만원대의 모피의류를 선보였다.
진도모피는 모피의류가 고가품으로는 시장이 한정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공장출고가를 특별소비세 면세점인 1백만원 이하로 낮추었다.
진도모피에 이어 수출부진으로 내수시장에 본격 진출한지 얼마되지 않은 삼정통상 한강물산 우단실업도 1백만원대 모피의류 판매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크게 물의를 빚었던 과소비 풍조가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데 이어 올해부터 중저가 의류의 경쟁이 본격화 함에 따라 「비싸야 잘팔리는 시대」는 끝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정부도 대다수 국민들이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가격이 싸고 패턴이 다양한 중저가 의류개발을 서둘러 의류가격을 기존제품의 60∼70% 수준으로 인하토록 할 방침이어서 의류품의 높은 마진을 고려할때 의류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의류업계의 중저가품 경쟁이 다른 제품에도 영향을 미쳐 값싸고 실용적이면서도 다양한 상품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유영환기자>유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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