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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등 「가족경영」 새 풍속(일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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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등 「가족경영」 새 풍속(일요경제)

입력
199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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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ㆍ임대료 오르자 급속 확산/배달ㆍ주방일 스스로… 손님도 늘어최근들어 구인난이 심각해지자 부부 부모 자녀 형제는 물론 조카등 집안 친척이 함께 가게를 꾸려 나가는 「가족경영」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내 음식점 제과점 카페등 소규모 서비스업종의 경우 대부분 가족경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방으로 급격히 확산돼 「OO씨가」 「부부점」 「형제점」 등 집안관계를 상호로 내세운 간판도 적지않게 눈에 띄고 있다.

이같이 가족경영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구인난으로 점포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부터이다.

여기에 점포임대료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돼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집안의 유휴 노동력을 활용하는 이점이 있는데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 욕구가 높아져 가족경영이 늘어나고 있는것.

서울 종로구 청진동 S한식집에는 주인 김기성씨(42),부인,김씨의 고모,처제가 함께 일한다. 김씨는 음식값 계산등 음식점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아하고 부인과 처제는 음식주문ㆍ배달을 하며 고모는 주방일을 한다. 지난 88년까지만 해도 김씨 혼자서 종업원 4명을 고용,음식점을 운영해 왔으나 종업원 관리가 어려워져 지난해부터 가족경영체제로 바꿨다. 고모는 음식솜씨가 뛰어나 손님의 비위 맞추기 어려운 주방장으로 모셨고 부인과 처제는 종업원 구하기에 지쳐 동참시켰다.

김씨는 가족경영을 하다보니 「언제 종업원 그만두나」하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서로 믿다보니 오히려 경영상태가 그전보다 나아졌다고 밝혔다.

인근 J삼계탕도 주인 이재형씨(54)와 두딸 그리고 며느리가 함께 꾸려가고 있다.

이씨가 가족경영체제를 도입한 것은 지난해 4월. 전에는 음식배달을 하는 종업원 5명을 고용했으나 종업원들이 「내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서비스에 무관심,가게가 엉망이 되자 2명을 아르바이트 대학생으로 교체했다. 아르바이트 대학생들도 정성을 기울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에다 툭하면 약속있다고 결근이 잦아지자 과감히 가족경영으로 바꿨다.

이씨는 가족경영을 하자 음식점이 깨끗하고 친절하다는 평을 들어 고객이 늘어난 것은 물론 종업원 5명의 일을 가족 4명이서 해내는 감량경영으로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가장 흔한 가족경영은 소규모 점포를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형태. 이같은 유형은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직장생활 보다는 자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지는데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 욕구가 높아지는데 따라 인기를 끌고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 K제과점 길종하씨(36)는 지난 88년5월 개점당시 직업소개소를 통해 종업원을 구했으나 종업원이 돈에 손대는등 문제점이 생겨 부인으로 교체했다.

길씨는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 바쁠때에는 서로 자기가 밤을 새우겠다고해 오히려 피곤함을 모른다고 한다. 또 직장관계로 10년 가까이 떨어져 생활하다 하루 24시간을 부부가 같이 보내다 보니 서로를 깊게 이해할수 있고 정도 새롭게 솟아난다며 부부경영은 가게운영에 경제적인 이점 외에도 직장생활에서 느꼈던 부부간의 소원함을 해결해 준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서 선물센터를 운영하는 최지순씨(36ㆍ여)는 지난해 2월 가게문을 열 당시 종업원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다 결국 부부경영으로 돌아섰다.

최씨는 친구들 중에도 부부가 함께 점포를 운영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며 소규모 점포의 경우 남에게 맡겨서는 성공할수 없기 때문에 가족경영의 증가추세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분식점을 하는 이춘호씨(40)는 종업원 구하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다 지난해 여름 집안 조카를 데려오면서 경영이 안정됐다고 한다. 이씨는 이전 1년여동안 한달을 일한 종업원이 없어 한달이면 일주일은 종업원 구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종업원이 일하는 기간에는 혹시 오늘이라도 그만두지 않을까 전전긍긍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씨는 주변 분식점중 종업원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며 이제 소규모 점포는 가족경영 외에는 돌파구가 없다고까지 단언했다.

가족경영의 새로운 유형은 젊은층을 중심으로한 형제ㆍ자매간 공동운영.

서울 동작구 상도동 꼬치구이집은 송해진씨(28)가 가게운영 및 서비스,동생은 조리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시골서 상경한 송씨는 고객들에게 「형제집」으로 알려졌다며 전에는 친구끼리 운영하는 것이 많았으나 이제는 형제간 운영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젊은 층에서는 일해 돈버는 것이 당연하다는 미국식 사고가 어느정도 정착됐다며 앞으로 점포를 분리,독립하기 보다는 가족경영의 이점 때문에 동생과 함께 점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족경영이 일찍이 자리잡은 업종은 특유의 비법을 자랑하는 전통음직점.서울시내 유명한 냉면집 등은 대부분 2세들이 비법을 전수받으며 부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구인난으로 시작된 가족경영은 날로 심화되는 구인난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혈연관계를 바탕으로한 높은 신뢰로 효율성도 높일 수 있어 급증할 전망이다. 또 대화가 없는 우리의 가정문화를 질적으로 높이는 부수적 효과도 있어 새롭고 바람직한 경영형태로 각광받고 있다.<유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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