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은 한 시대의 반항인이었다. 조선조 신분사회의 모순을 체험하고 투시하면서 울분을 씹고 나름대로 개혁의 방안을 모색하기도 하였다. 그가 남긴 귀재론은 적극적 인재발굴론이라 할만하다. 쓸만한 인재가 특권층에만 있다는 생각부터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특정 부류에서만 사람을 구하다가 신통치않다고 탄식하는 게 우스울 따름이란 것이다. ◆시야를 활짝 넓히라고 권한다. 농부나 야인,청지기나 병졸,심지어 죄수들속에서 인물을 구하면 나온다는 신념을 강력히 밝힌다. 엄격한 신분사회서 감히 비추기조차 두려운 대담한 발상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하늘이 사람을 낼때 이미 제구실이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인재를 초야에서 발탁,적재 적소에 두어 소질을 발휘하게 함이 나라의 복이 된다는 생각을 펼쳤다. 이 길을 막으면 역천이라고 단언했다. ◆여소야대의 정국이 돌변,거대 여당이 출범의 닻을 올렸다. 3당이 합친다는 발표를 하면서 문호개방과 인재발굴의 원칙을 열심히 강조했다. 특히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그렇다는 단서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인재가 없음인가 아니면 호응이 없음인가,그저 그런 얼굴들이 모여 새로운 민족사를 이끌 일꾼임을 다짐하는데 그쳤다. ◆엉겁결에 유일 야당이 된 평민당이나 신야당 추진쪽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못한 모양이다. 거대 여당의 출현에 대항해 자기를 강화하고 견제의 구심력이 되기 위해선 인재의 영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지만 역시 딱하게도 뾰족한 방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음이 확연하기만 하다. 오르 내리는 이름만 들어선 별로 흥미가 당기지 않는다. ◆허균의 인재발굴론은 하나의 이상이긴 하나 현실성은 약하다. 초야에 묻힌 인재가 누구인지 가려내기 힘들다. 인재발굴과 양성론의 뒷면은 딴 뜻이 담겼다고 생각된다. 물갈이를 꾸준히 하라는 의견으로 받아 들이면 큰 무리가 없다. 노병이 죽지않고 사라지는 자리에 다른 노병을 끌어 들이지말고 신병을 세우는 의지가 있으면 정치가 한결 맑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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