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관 독주견제에 동병상련/세 불리판단 아직 관망… 박 대행 중심 “모색”/연말 독자선언 예상… 계보간 연대 가능성민자당내 최대지분을 가진 민정계는 지난 8일 5자회동에서 일단 박태준최고위원대행을 정점으로 한 「단일전선」을 구축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당내 중간실력자로서 지난날 부단히 세력을 확장하며 상호견제해오던 이종찬 전사무총장,김윤환 이한동 전원내총무가 이춘구 전총장과 함께 연합대열을 이룬 것이다.
이들의 「동주」는 노태우대통령이 박대행을 자신의 분신으로 지목,민정계의 결속을 당부한 데 따른 것이지만 보다 깊게는 신당 창당과정에서 형성된 동병상련의 결과.
박철언정무1장관이 주도한 신당이 기본적으로 노태우대통령에게 민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을 안겨준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다는 것이고 따라서 이들 4자의 위상은 해체되는 민정당과 동일 선상에서 내몰릴 처지에 있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박장관이 이끄는 월계수회가 정호용 전의원 사퇴이후 갈라진 TK세를 비집고 들어와 세력을 확장해가는 현실은 신당과 관련한 이들의 소외감과 불만을 증폭시켰던 것이다.
특히 4자중 이춘구 전총장을 제외한 사람들이 그동안 대권꿈을 굳이 숨겨오지 않았고 보면 신당출범에 맞춰 자신들의 중단기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불가피성에 직면했던 것 같다.
한때 「빙탄관계」로까지 지칭됐던 이들이 박대행중심의 연합전선에 쉽사리 합의한 것은 이같은 배경에 기초한 자구책의 일환이라 보인다. 또한 권력속성으로 보면 박장관의 전면부상과 관련,강력한 견제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도 담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백27명에 달하는 민정계가 박대행의 우산속에 모두 몰려들기 어렵고 임기 3년을 남긴 노대통령의 지도력이 갈수록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들의 연합이 전술적 고려에 따른 과도기 구조임을 보여주는 대목.
다시말해 신당 출범초의 열세한 지위를 극복키 위해 같은 배를 탔지만 이들의 권력적ㆍ지역적 이해엔 큰 괴리가 있고 따라서 연합망 구축은 종국적인 독자계보선언을 위한 일시적 「웅크림」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들은 최근 어느 때보다도 바쁜 행보를 계속,질량을 가리지 않고 계보예비군과 접촉하며 규합에 나서고 있다.
○…소계보를 이끌 수 있는 잠재력면에서 이종찬 전총장은 여전히 우위. 구 민정당내에서 줄곧 비주류에 머물며 나름의 세력을 모아왔던 이전총장은 통합신당의 출현으로 자신이 예상했던 구도가 깨지긴 했지만 이를 오히려 공개적 계보형성의 기회로 보고 인맥확대에 부쩍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전총장은 서울ㆍ경기지역에서 원외위원장을 포함한 상당한 세를 얻고 있고 최근 13대 공천에 탈락한 권익현 전의원등 구 여권인사는 물론 평소 호남 배제의 정계개편을 반대해온 이력에 힘입어 이 지역 원외위원장들의 호응도 큰편.
원내로 보면 서울의 윤길중 남재희 이태섭 오유방 강성모 김기배의원을 비롯,심정구 이강희 황철수 이웅희 이기빈 조경목 이상하 임인규의원 등이 이 전총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들과 이 전총장과의 유대는 지연ㆍ학연보다 「성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결속력은 떨어지나 이 전총장 본인이 『지역 연고중심의 계보는 피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최근 TK쪽과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는 소문이어서 주목.
○…신당 충격에 한때 주춤했던 이한동 전총무도 지난 2일 자신의 세력권인 경기도 초선의원 친목모임인 일삼회를 소집,유대를 강화하는등 잠재적 계보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이 전총무는 80년 정계입문이래 당의 요직과 각료직을 번갈아 거쳤고 12대말 공천심사위원을 맡는등 유리한 위치에서 세를 모아왔지만 「불충」으로 비칠까봐 몸을 사려온게 사실.이 전총무계 2인자로 분류됐던 정동성의원이 최근 이전총무를 공개비판하는등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혼선을 빚는 것에 대한 해석이 구구하지만 이 전총무의 관리방식도 요인이 되었던 듯. 친근도로 봐 김영구 박재홍 이성호 정해남 서정화 임무웅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민섭의원등도 심정적으로 가까운편. 최근 중진인 심명보의원등 지역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윤환 전총무는 누구보다도 소계보 형성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다. 자신은 노대통령과의 관계등을 들어 계보간 이해대립이나 세력경쟁시 중간조정역을 맡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민정계 최대세력인 TK세가 정 전의원 사퇴후 구심점을 잃고 있어 때가 되면 깃발을 들고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
특히 정 전의원 사퇴와 관련,서명파의원들이 박장관의 부상에 반감을 갖고 있는 현실에 대인관계나 자금 동원력을 인정받고 있는 김 전총무가 TK세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
현재 돈독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인사로는 류수호 최운지 장영철 김진재 신경식 정동호 김종기 권해옥 김태호 최재욱 손주환의원 등이 있으며 김용태 오한구 정창화 정동윤 이상득 유돈우 이정무의원 등 서명파들도 때가 되면 가세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전총무는 현재 당내 주요계보들로부터 제휴를 요청받고 있다는 얘기도 있으며 민주ㆍ공화계에도 누구보다 넓은 친분을 갖고 있다.
○…이춘구 전총장의 경우 뭉쳐다니기 싫어하는 성격탓에 계보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으나 그의 무게나 노대통령과의 관계상 소계보그룹의 주요 영입대상. 굳이 말하자면 심명보 김태호 조병목 이해구의원 등과 가까운 편.
이렇게 보면 신당의 소외세력인 중간실력자들은 당분간 박대행 우산아래 몸을 감춘 채 수면하의 집안 단속과 세 확대를 계속할 것으로 보이나 늦어도 연말께엔 이들의 계보움직임이 공식화하리라는 게 지배적 견해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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