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산권이 양분된 상태가 됐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열렸던 소련공산당 중앙위 총회가 세계공산주의사의 갈림길이 된 것이다. 이 총회에서 소련이 공산당 독재를 포기하는 동유럽 각국의 개혁대열에 최종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동유럽은 체제개혁에 있어서 일관된 질서를 갖게 된 셈이다.모스크바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역사적 전환에 대해 중국은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을 고수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7일 「공산당이 영도하는 다당협력과 정치협상에 관한 중공중앙의 견해」라는 긴 제목이 붙은 문서를 발표했다.
이 문서는 두말할 것도 없이 모스크바가 서유럽식 다당제로의 개혁을 공식화한 데 대한 중국측의 민감한 대응이다. 그러나 「다당협력과 정치협상」이라는 말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여전히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공산당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통일전선」의 재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5개항 24개조에 이르는 장문의 다당제합작은 그러니까 중국이 지금의 공산당지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또다른 표현을 써서 선언한 것이다. 이러한 선언이 소련에서 1당독재포기를 결정한 때에 나왔다는 것은 천안문사태 이후 긴장돼 있는 중국이 모스크바의 개혁에 민감한 입장에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북경은 특별경계 태세로 들어갔고,중국 정부당국은 모스크바의 중앙위총회 결과에 대해 논평을 거절했다. 텔레비전과 통신 등 중국의 매체들도 8일 밤에야 모스크바의 움직임을 간단히 보도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제 중국은 마치 흐루시초프와 모택동의 이념대결처럼 이념과 체제에서 유럽공산권과는 이질적인 길을 공식화한 셈이다.
북한과 베트남도 이런 점에서 중국과 비슷한 입장에 있다. 적어도 경제적 개방정책에 있어서 북경ㆍ평양ㆍ하노이가 제각기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노선에 있어서 이들은 모두 공산당 독재라는 지난날의 유산을 고수하고 있다.
아시아 공산권의 이러한 보수체제의 장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천안문의 유혈을 경험했던 북경의 장래는 세계의 관심거리라고 할 것이다. 길게 보자면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해도 북경에 어느 땐가 민주화와 개혁을 지향하는 운동이 표면화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김일성이 죽은 다음 평양이 과연 지금처럼 왕조체제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소련공산당 중앙위총회를 고비로 세계의 공산권은 유럽과 아시아권으로 양분됐다. 그러나 이러한 양분상태가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아시아공산권에 민주화와 개혁의 바람이 언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