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서 시작… 성냥등 증거 없어/“동시다발”… 조직소행 가능성도경찰의 수사망속에 서울주택가에 괴방화사건이 잇달아 도깨비불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처음 한옥나무대문만을 골라 「장난질」처럼 시작된 방화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범행수법이 적극적ㆍ조직적으로 변해 갖가지 의혹과 억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8일까지 밝혀진 비슷한 유형의 방화사건은 모두 17개동 55가구에 이르고 있으며,신고가 안된경우를 감안한다면 정확한 숫자는 더많은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이쯤에 이르자 단순방화광의 소행 또는 주민분쟁 정도로 가볍게 여기던 경찰도 7일부터 시내주택가 전역에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잠복조를 배치하는 등 범인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발생시간이 대체로 새벽4∼5시이고 ▲20평내외의 한옥대문을 주로 노리며 ▲휘발유 시너 등의 인화물질을 사용하고 있다는 공통점 외에는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문방화사건이 처음 신고된 것은 지난3일 상오4시께 발생한 마포구 공덕1동 재개발지역의 7가구.
경찰은 이 사건을 재개발을 둘러싼 주민분쟁으로 추정했으나 같은날 만리동 아현동에서도 5가구의 대문이 불탔음이 밝혀지고 묻혀있던 대문방화사건이 연이어 뒤늦게 신고되자 동일한 방화광에 의한 범행쪽으로 수사방향을 돌리게됐다.
특히 지난7일 상오4시부터 5시사이에 종로구 숭인2동과 성북구 동선ㆍ삼선ㆍ보문동 등 4개동 16가구에서 방화사건이 집단적으로 일어나자 수사방향은 「어떤 의도를 지닌 2인이상의 조직에 의한 계획범죄」 쪽으로 급선회했다.
이날 대문방화가 발생한 4개동은 반경 3㎞에 이르는 지역으로 도저히 1명이 넓은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저지를수는 없다는 분석이 대두된 것.
숭인2동 349 박교원씨(72) 집의 경우 대문이 반소됐고 대문뒤에 있던 LP가스통의 호스에까지 불이 붙어 자칫했으면 큰 참변이 날뻔 했었다.
게다가 8일에는 범행지역과 대상이 영등포구 대림동,관악구 신림ㆍ봉천동 등 강남지역 양옥으로까지 확대됐고,봉천6동 1688 김제복씨(47) 집의 경우 범인이 담을 넘어 들어가 현관문과 응접실 유리창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집안으로 불이 번지는 등 인명피해의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이날 발생한 방화는 초인종을 누르거나(제기동) 대문을 두르려(동선ㆍ삼선ㆍ보문동) 불지른 사실을 알려준 사례와는 전혀 다르게 대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선 「도깨비불」을 방불케하는 연쇄방화의 범인을 ▲방화광(Pyromania) ▲사회불만세력 ▲모방범죄의 확산 ▲사교집단 등으로 추정할수 밖에 없다.
발생시간이 모두 이른 새벽이라 목격자가 없고 현장에는 성냥개비 하나 남아있지 않고 방화에 사용된 인화물질의 종류마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실정이다.
미로같은 골목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여러집에 짧은 시간동안 불을 지르고 달아나는 수법으로 볼때는 조직적 방화의 가능성이 크지만 「과연 그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연세대 의대 정신의학과장 이호영교수(57)는 『일단 자신의 비참한 경험이나 심리적 불안정감 때문에 사회적 관심을 모으려는 방화광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지만 방화의 규모로 볼때 조직적 범죄의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말했다.<신윤석기자>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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