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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 그만”인 우리 기업들/곽수일 서울대경영대 교수(경제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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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 그만”인 우리 기업들/곽수일 서울대경영대 교수(경제진단)

입력
1990.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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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개방 시대엔 서비스가 흥망 좌우미국에서 최대 백화점 중의 하나로 시어즈라는 백화점이 있다. 이 백화점이 오늘날과 같은 세계 최대의 백화점으로 성장해 오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된 경영전략은 소비자나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데 있다.

한 예로 이 백화점에서는 생활용품을 비롯하여 냉장고ㆍ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을 자사 상표로써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고객이 세탁기를 구입하여 10년간 사용하다가 고장이 났다고 하자. 그러면 10년전에 만든 세탁기를 수리하기 위한 부품조달이 반드시 문제가 될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소비자로부터의 수선요청이 접수되면 어떻게 구했는지 필요한 부품을 가지고 와서는 최소의 비용으로 수선을 해주는 것이다.

이같은 시어즈 백화점의 철저한 고객 서비스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오늘의 시어즈 백화점이 있기까지 무형의 초석이 된 것이다.

그러나 요사이 우리나라는 국민의 소득증대와 더불어 내구성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인 국민들은 우리 기업들의 서비스 정신이 낙제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광고 및 판촉활동에 주력하여 일단 제품이 판매되고 나면 그 다음은 소비자가 책임지고 쓰라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태도인것 같다. 비근한 예로 국내의 어느 자동차는 출고된지 3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사이 새 모형이 나왔다는 이유로 구 모형의 부품생산을 중단,해당부품을 폐차장에나 가야 구할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에도 회사별로 애프터서비스 센터가 존재하기는 하나 요는 그 넓은 전국에 몇군데만 가지고 도대체 무슨 서비스를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러다보니 기업의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대단한 것도 당연하다. 이는 얼마전 어느 연구소에서 실시한 국민경제 의식조사 결과로도 알수 있다. 즉 이 조사의 설문중에는 국제 경쟁력ㆍ노사분규ㆍ저임금ㆍ소비자보호 및 서비스 경제력 집중등을 열거하고,이들중에서 우리 기업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과제를 선택하도록 하는 문항이 있었다. 그 응답결과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의외로 소비자 보호 및 서비스로서 응답자의 52%에 달하였고,그 다음으로 국제경쟁력 강화ㆍ노사관계의 해결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들이 무엇보다도 기업의 소비자보호 및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대단히 강함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열심히 국산품을 애용하였다. 이는 물론 국내산업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한 피할수 없는 결과였다. 가전제품이건 자동차건 외국제품의 수입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하에서 무엇이든지 국내기업이 생산하여 시장에 내놓은 제품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가 왕이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소비자는 봉이된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 소비제품들이 몇몇 기업들의 과점에 의하여 생산ㆍ판매됨으로써 어떤 제품은 외국에 비하여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이 책정되기도 하였고,간혹 급작스러운 수요증대로 생산이 달리는 경우 소비자 보호나 서비스는 완전히 뒷전으로 물러서는 예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가 개방되어 외국제품의 선택도 가능해지고,생산시설도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상황으로 발전함에 따라 단지 소비자에 대한 보호 및 서비스의 측면이라기 보다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기업과 소비자 양쪽 모두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첫째로 이제는 기업도 소비자 보호와 서비스를 자기발전과 정상전략의 중요한 항목으로 받아들여야 할것이다. 한 예로 한동안 자동차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자동차 생산을 위한 부품조달이 여의치 않게되자 생산에도 모자라는데 고장수리를 위한 부품을 내놓을 여유가 어디있느냐는 태도를 보인적도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록 생산이 줄더라도 먼저 고장수리를 위한 부품을 출고하는 자세로 경영이 바뀌어져야 할것이다.

그리하여 장기적으로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와 완벽한 서비스 시스템의 구축여부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기업문화가 정착되어야 하겠다.

둘째로 소비자들도 이제는 기업에 끌려만 가지말고 적극적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요구하고,소비자의 권리를 공개적으로 주장하여야 한다. 만약 어떤 제품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예전과 같이 내가 운이 나빴구나 하고 넘어가지 말고 해당기업에 전화를 하여 불평도 하고,편지도 보내 불만을 토로하여야 하겠다.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소비자 보호협회의 도움을 구하거나 정부기관에 청원하여 해결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자세로 우리 모든 국민이 기업을 질책하고 불평을 토로할때 궁극적으로 건전한 우리 경제가 이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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