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으론 처음… 정치사 새 장 실험/다양한 인맥 「헤쳐모여」 불가피/크게 3개파… 민정이 가장 가변/“당권ㆍ정권차원 세 다툼” 부정적 이미지 탈피 숙제통합신당인 가칭 민주자유당의 출범은 신계보정치시대의 도래를 예고해주고 있다.
민정당이 새로운 정치인력으로 창당되는 게 아니라 민정ㆍ민주ㆍ공화 등 기존의 여야 3당의 합작인 이상 출발에서부터 계보정치의 필연성을 배태하고 있는 것이다. 또 통합신당에 참여하는 3당의 지도자나 그 인맥들이 모두 거대여당의 계보정치에 상당한 기대감을 피력하는 것도 계보정치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강조하는 부분이 되고있다.
사실 우리 정치사는 짧지않은 계보정치의 경험을 갖고 있다.
자유당 정권시절 유일야당이었던 민주당 신ㆍ구파의 당권및 대통령후보지명 쟁탈전이나 4ㆍ19후의 제2공화국에서 보여주었던 이들 신ㆍ구파의 알력과 갈등은 계보정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형성해 놓았다.
공화당정권에도 계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화당의 계보는 절대권자인 박정희대통령의 필요에 의해 생성되었다가 유신이후 소멸돼 버렸기 때문에 계보간 경쟁을 통한 정치의 활성화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못했다. 당시 계보정치의 생생한 현장은 신민당이었다. 특히 유신치하에서 신민당의 계보는 6∼7개에 달해 숫적으로는 절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신민당의 당시 계보는 특정계보를 제외하고는 공작정치에 의해 본질이 크게 훼손돼 엄밀한 의미의 계보가 아니라 일종의 계파를 형성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의 경험상 계보정치란 야당내 당권차원의 세다툼으로 인식되고 있어 집권여당인 민자당이 스스로 계보정치를 펼치겠다는 각오는 우리 정치사에 새장을 연다는 점에서 초관심 사항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자당이 시작할 계보정치는 내각제개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자민당처럼 계보간 정권이양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어있다.
특히 3당의 통합이 바로 계보간 정권승계를 궁극적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통합반대론자들의 지적은 민자당의 출범이 신계보정치의 탄생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민자당의 계보정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상당한 문제점과 갈등요인을 안고 출발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민자당의 계보는 우선 3당통합이 의미하는대로 민정ㆍ민주ㆍ공화계로 3분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계보본류를 형성할 3당이 같은 보수대열이긴 하지만 생성배경이나 활동영역이 판이해 계보정치의 필수요건인 「경쟁과 협력」의 조화를 쉽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첫번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적대관계가 하루아침에 쉽게 허물어지면서 경쟁속의 동지의식을 갖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3당통합을 결정한 지도부의 의사나 목적과 달리 하부계층의 이질감을 해소하기까지에는 합당못지않은 어려움이 뒤따르게 되어있는 것이다. 하부조직인 3당의 각 지구당 사이에서 적지않은 마찰음이 나오고 있는 것도 생리상의 차이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3당의 합당배경과 목적 또한 계보정치의 문제요인이 되고있다. 3당의 핵심지도부는 민자당의 출범을 「명예혁명」이나 「신사고」로 미화하고 있지만 민정당은 집권연장의 수단으로,민주당은 집권의 기회로 공화당은 생존의 차원에서 합당을 도모했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민자당에 흡수된 3정파가 개개의 합당목적에만 총실할 경우 계보정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밖에 3정파간에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인적 자원의 이질성도 원활한 계보정치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민자당의 계보는 우선 민정ㆍ민주ㆍ공화를 계보본류로하고 그안에서 몇갈래의 분화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가장 먼저 분화작용을 일으킬 계보는 일사불란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민정계라는 역설적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체적인 여당의 생리상 큰 테두리의 민정계는 벗어나지 않겠지만 계보정치가 본격화될 경우 민정계는 인맥구성상 분파작용이 다른 두계보보다 오히려 쉽게 되어있다.
이는 3당합당과정에서 빚어진 민정당 내부사정에서 얼마든지 유추할 수 있으며 따라서 민정계는 노태우대통령박태준대표의 상층구조하에 주류와 비주류로 2분화되고 또다시 그안에서 이합이 거듭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ㆍ공화계는 계보내 분화가 민정계보다 미미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왜냐하면 김영삼,김종필씨는 확실한 단일지도자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민자당의 계보보스로 옮겨올 뿐만 아니라 두계보의 계보원들 또한 두김씨의 슬하를 떠날 경우 민자당내에서 위치를 굳히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두김씨가 민자당내에서 얼마만큼 몫을 하느냐에 따라 민주ㆍ공화계의 세는 판도를 달리하게 되어있다. 여기에서 유의해야할 부분은 차기대권의 향배.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김영삼씨가 어떤 형태로든 차기대권을 맡게된다는 구도가 확실할 경우 민주계는 그 세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할경우 민주계는 민자당내에서의 운신이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영삼씨로서는 자신이 민자당에 이끌고 들어가는 민주계만으로는 대권구도가 그려지더라도 그 대권의 운영이 쉽지 않다고 보고있다.
따라서 계보의 수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며 그럴 경우 계보재편의 가능성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게 민자당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에반해 김종필씨는 일단은 공화계를 똘똘뭉쳐놓고 현상유지 차원에서 지분의 확보에만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이 펼칠 신계보정치는 야당에도 그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파장은 평민당이나 민주당잔류파들이 추진하는 신야당에도 계보정치의 탄생을 예비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권의 향후 대응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평민당이 야권통합차원에서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면 야당권에도 계보정치가 실현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보여진다.
어찌되었든 민자당의 신계보정치는 현실화되고있다. 그러나 3대계보가 이념으로 형성된 것이 아닌 이상 내각제개헌을 전제한 계보정치는 현역의원의 확보여부에 따라 판세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이이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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