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4일 하오9시30분께 서울 구로구 개봉동 240의3 덕산병원 옆길에서 귀가길을 재촉하던 송모양(21ㆍ서울 구로구 궁동)은 지금까지 남의 일로만 생각해온 노상강도를 만났다. 뒤쫓아오던 더벅머리 10대가 칼을 들이대며 『돈을 있는 대로 다 내놓으라』고 협박할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부들부들 떨면서 주머니를 뒤졌으나 인근다방에서 약혼자를 급히 만나고 오느라 지갑을 집에 놓고 오는 바람에 1백원짜리 동전몇개와 토큰 1개밖에 없었다.
칼을 목에 들이댄 강도는 『얼굴을 그어버리기전에 손목시계라도 풀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송양은 머리가 쭈뼛해지면서도 가로등불빛에 얼핏 소년티가 가시지않은 앳된 강도범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남동생같은 생각이 들면서 설득해보자는 용기가 났다.
『돈은 마련해줄테니 칼부터 치우고 얘기 좀하자』는 말에 10대강도는 칼과 끼고있던 장갑을 운동용가방에 집어넣었다.
전당포를 찾아갈 생각으로 병원앞 큰길을 걸으며 송양이 어깨를 토닥이며 『앞날이 창창한데 인생을 망치려 하느냐』 『나하고 같이 경찰서에 가서 용서를 빌자』고 말했으나 이 소년은 『고향갈 차비가 없으니 돈부터 내놓으라』며 다시 칼을 찾는 시늉까지 했다.
할수없이 오류동의 심야영업을 하는 전당포에 들어가 끼고있던 3만원짜리 14K금반지를 빼놓았다. 그러나 전당포주인은 『반지가 몇푼 나가느냐』며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전당포문을 나설때 놀랍게도 소년은 『죄송합니다』하고 머리를 떨구면서 울먹였다.
올해 전후기대입시에 잇달아 낙방,지난2일 전문대에라도 응시하려고 집에서 받은 8만원을 들고 상경했으나 오락실 등에서 다 써버렸다는 사정도 얘기했다.
송양은 그대로 돌려보낼까하고 망설이다가 경찰의 따끔한 훈방이 더 효과적일 것같아 구로경찰서 오류파출소에 데리고 가 전후사정을 다 얘기했다.
그러나 송양은 다음날 『차비를 구해주고 그냥보낼 걸』하고 후회해야 했다. 경찰이 그 소년을 구속했기 때문이다.
『앞날이 창창한데…』라고 설득했던 자신의 진심이 순간의 위기만을 모면하려는 위선처럼 생각됐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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