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의 이사야서에는 전쟁에 쓰는 칼들은 보습으로,창들은 가지치기용 낫으로 바뀔수 있다는 구절이 있다. 기원전 이사야의 예언이 오늘에와서 적중한 것일까…. 지난 87년 미소간의 중거리 미사일 감축협정으로 폐기된 가공할 미사일 잔해로 볼펜 등 평화를 상징하는 기념품이 만들어 진다는 소식이다.지난달말 이미 폐기된 소련제 미사일의 금속 잔해덩이가 영국 런던의 한 제련소에 도착했다는데,영국측은 앞으로 이들 금속으로 1억개의 볼펜을 만들어 재난구호를 위한 세계전쟁기념 기금의 희사자들에게 기념품으로 전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영국측의 이같은 제의에 대해 소련측만 응낙했을뿐 워싱턴으로부터는 아직 응답이 없었다고 외신은 전한다.
하지만 폐기된 소련 미사일 잔해가 모두 자선목적으로 희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고르바초프의 부하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는데,SS20등의 미사일 금속으로 괘종시계와 팔찌등 각종 기념공예품을 소련 장인들의 손으로 만들어 미소 합작기업을 통해 미국내 상점에서 팔겠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상점에서는 미사일 잔해로 만든 이들 공예품들과 함께 소련 예술품과 적군의 유니폼마저 아울러 상품으로 내어놓겠다는 것인데 올봄 샌프란시스코에 첫 상점이 문을 연다고 한다.
그 상점의 이름은 물론 「페레스트로이카 상점」이 될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기절할만큼 달라지는 세상이다. 이사야의 예언처럼 현대판 창이라고나 할 미사일이 녹여져 낫은 아니지만 이제는 돈벌이가 될 공예품으로 바뀌는 엄청나게 달라진 세상을 우리는 지금 차츰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 강병태 특파원의 모스크바발 생생한 현지보도는 혹한의 모스크바에 뜨거운 대변혁의 열풍이 몰아치고 있음을 전한다. 자유를 갈구하고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민의의 함성 앞에서 공산일당독재의 검은 장막이 드디어 공산종주국에서마저 걷히는 역사적 순간이다. 세계가 미사일 보다는 그걸 녹여 펜을 만들기에 이른 철늘음의 세월인 것이다.
우리는 이사야의 예언이 적중되고 있는 이 역사적 오늘을 정말 자각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때마침 「한많은 미아리 고개」에 전적공원을 세우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스탈린 공산주의의 남침앞에 어이없이 무너져,맺혔던 그 단장의 한이 아직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탓일것이다. 나라밖의 세계가 눈부시게 바뀔수록 북쪽과의 거리감이 더욱 멀어지는듯 느껴지는 오늘의 소외감은 누구나 어쩌지 못한다.
폭력의 설땅이 미사일이 녹기 시작했듯이 차츰 사라지고 있는 세상인데 우리사회엔 되레 폭력이 난무한다. 어른들을 쉽게 본뜬 국민학교 어린이들이 하급생을 태연히 때려 죽이고,학원가의 화염병이 조직 폭력단의 무기로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애써 쟁취한 자유가 평화와 발전과 창의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폭력과 방종과 대결을 되레 조장하는 듯한 현실이라면 정말 예사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에도 이사야의 예언처럼 칼과 창으로 상징되는 폭력과 대결의 흐름이 녹아져 평화와 협력의 보습으로 거듭 태어날 날은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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