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3∼5학년생 4명이 「얄밉게 구는」 1학년 학생을 혼내주려고 공원으로 끌고가 옷을 벗긴채 때려주다가 실신하자 그대로 두고 달아나 얼어죽게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어떤 사람들은 일본교육계에서 큰문제가 되고있는 「이지메」(학생 괴롭히기)가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확산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이 사건은 두말할 필요없이 아이들이 만화나 TV에서본 어른들의 폭력장면을 흉내낸 것이다. 평소에 밉게구는 꼬마를 혼내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겠지만,옷을 벗기고 눈위에 엎드려 뻗쳐를 시킨후 플라스틱 몽둥이와 주먹으로 실신할때까지 때렸다는 것은 「증오」가 이유였다기보다 「폭력 흉내」에서 오는 흥분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어머니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이보다 심한사건이 앞으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는데,그런 무서운 느낌을 갖는 부모들이 많다고 본다. 오늘 우리 어린이들의 일상적인 놀이란 온통 폭력흉내로 가득차 있으며,아이들이 성인폭력을 흉내내는 열기에 휩싸일 경우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초ㆍ중ㆍ고에서 골치를 앓고있는 「이지메」는 공연히 특정학생을 점찍어 괴롭히는 것인데,그 학생에게 적의가 없는 일반학생들도 주동자들의 협박 등이 두려워 대부분 가담하고,심지어는 교사까지 한몫끼어 문제가 됐던일이 있다.
「이지메」는 폭력학생 몇명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학생폭력과 구별되며,많은 학생들의 「나쁜본능」을 부추켜 집단으로 특정인을 괴롭히는 재미에 빠진다는 것이 특히 위험하다. 점찍힌 학생은 이런 분위기속에 도움받을 곳이 없기 때문에 장기결석을 하거나 자살을 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의 폭력흉내는 선ㆍ악의 구별이 분명치 않고,자신들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빚을 것인지에 대한 판단력이 없으므로 중ㆍ고생의 폭력에 비해 더 위험한 면이있다. 슈퍼맨 흉내를 내려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어린이와 TV에서본 집단구타장면을 흉내내는 어린이들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만화 TV 등에서 되도록 폭력장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이와함께 가정과 학교는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는지를 관심있게 살펴야 한다. 예사로 아이들과 함께 TV의 폭력장면을 보는 어머니가 사회탓을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일차로 가정이 아이들의 폭력습득을 막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한다.
이번보다 더 끔찍한 사고가 보통아이들에 의해 저질러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내 가정에서부터 폭력습득의 기회를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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