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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모스크바 온종일 개혁시위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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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모스크바 온종일 개혁시위 열풍

입력
1990.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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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불행은 공산주의서” 구호/노동자ㆍ농민 대거참가 민의 분출/「자유를 위하여」 자작시에 눈물도/강병태 특파원 소 대변혁 현장 긴급취재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에서 공산독재체제를 스스로 부정하는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주의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는 동구의 공산정권을 모조리 쓰러뜨린 뒤 소련으로 되돌아와 지금 공산당중앙위원회 총회개막을 계기로 소련 정치체제의 마지막 대개혁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소련의 운명을 가름할 역사의 현장을 취재키 위해 본사는 한국신문에서는 유일하게 모스크바에 강병태기자를 긴급 파견했다. 강특파원이 지켜본 볼셰비키혁명이래 최대 규모인 4일의 모스크바 개혁시위현장 르포이다.【편집자주】

【모스크바=강병태특파원】 소련 공산당 중앙위 총회를 하루 앞둔 4일 모스크바에서는 일찍이 볼수 없던 일대 「민의의 시위」가 거의 온종일 시가를 휩쓸었다. 동구권제국을 이미 강타한 민의에 의한 무혈혁명이 이제 종주국 소련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견케 하는 모습이었다.<관련기사4면>

급진개혁파의 기수 보리스ㆍ옐친이 이끄는 민주동맹등 30개 비공식 정치단체들이 공동주관한 개혁요구시위는 상오 10시께 크렘린남쪽 5㎞ 고리키공원에서 1만여명의 정치단체회원들이 모여 시중심가로 향한 행진으로 시작됐다.

모스크바 근교도시들에서 상경한 노동자ㆍ농민들까지 가세한 시위대는 「모든 불행은 공산주의에서 비롯됐다」 「공산당독재 종식」등의 플래카드를 든 채 구호를 외치며 질서정연하게 중심부로 향했다.

크렘린궁에서 5백여m 떨어진 고리키대로의 모스크바 시청앞 광장에는 상오 10시께부터 연단과 TV중계시설이 설치됐고 일찍부터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모여든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2∼3시간씩 시위대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주일전 예고된 이 집회를 보기 위해 일부러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많이 섞여 있었다.

하오 1시께 「모스크바 유권자연합」이란 단체표지를 앞세운 시위대 선두가 시 청사앞에 도착했다. 시위대도착 직전 크렘린광장으로 통하는 고리키대로 끝을 자동차로 막고 있던 경찰이 갑자기 봉쇄선을 풀었고,시위대는 곧장 크렘린궁 북쪽의 10월혁명 50주년 기념광장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시위대중에는 구러시아제국 국기와 「러시아인이여 단결하라」는 플래카드를 든 러시아민족주의단체 「파미야치」 회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단체들은 공산당 독재를 규정한 헌법 6조의 폐기요구를 상징하는 「6」 자에 가위표를 한 피켓과 「리가초프 퇴진」 등 개혁요구 피켓,플래카드를 흔들고 있었다.

수만명의 시위대와 시민들이 광장을 메우자 광장전면의 모스크바호텔 6층 베란다에 옐친등 시위지도부가 나타나 연설을 시작했다.

개혁파 경제학자 포포프를 필두로 인민대의원 세키마예프,개혁파 주간지 아가뇨크(등불) 편집장 카로디치,옐친 등으로 이어진 연사들은 한결같이 공산당독재 종식과 자유선거등을 외쳤고,그때마다 광장에는 환호와 박수가 물결쳤다.

카로디치는 『오늘 집회는 스탈린의 압제 희생자에 대한 최대의 추념기회』라며 묵념을 선도했고,옐친은 『이번 중앙위전체회의는 28차 당대회에서 공산당지배를 종식시킬 수 있는 마지막 준비기회』라고 웅변을 토했다.

시인 예프투셴코는 감동적인 목소리로 「자유를 위하여」라는 자작시를 낭독하며 눈물마저 글썽였다.

한 연사는 『정치국등 역대 당지도부는 그동안 받은 월급 2천억루블을 반환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어둠이 내린 하오 5시가 지나서야 연설은 끝났다. 그러나 시위군중들은 광장을 맴돌며 구호를 외치는등 한동안 「민의의 축제」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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