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ㆍ재벌ㆍ미국 합작품” 비판/신당전망엔 “단명”ㆍ“지자제서 세 강화” 양론/대국민 홍보등 총력… 정당 결성도 서둘러거대한 통합신당을 바라보는 재야의 시각은 착잡하기만 하다.
지난해말 정치권이 5공청산 종결을 선언했을때,『종결이 아니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투쟁의 고삐를 당기려 했던 재야는 5공정국을 뛰어넘는 정계변혁앞에서 투쟁방향을 제대로 찾지 못했었다. 그러나 전민련ㆍ진보정당준비모임 등 재야핵심 단체들은 최근 거듭된 자체토론을 통해 정계개편에 대한 기본입장과 향후 대처방안의 가닥을 정리해나가고 있다.
재야는 일단 이념적 차원에서 정계개편을 「소수 수구세력의 기득권 유지책」 「친미 파쇼연합」 등으로 요약하고 있다. 즉 정치ㆍ경제부문의 소수지배세력이 민주화 진전과 민중세력의 성장에 의한 자신들의 파국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친미ㆍ보수ㆍ기회주의적 성향을 지닌 야당을 끌어들여 거대여당을 창출해 냈다는 것이다.
이들의 시각을 좀더 구체화한다면 정치적으로는 30% 지지의 소집권여당과 3ㆍ4당의 위치에서 왜소해져가던 김영삼ㆍ김종필총재가 「권력유지와 권력접근」이라는 이해관계의 절묘한 절충점에서 3당통합을 만들어 냈다는 주장이다.
또 경제적으로는 분배정의 실현요구와 노동계층의 세확장에 시달린 재벌들이 정경유착의 구조를 이용,노동계층 통제와 독점이윤보장을 용이하게 해줄수 있는 거대여권의 출현을 계속 종용해왔다고 보고 있다.
거기에다 동서해빙무드ㆍ군비축소 추세속에서 한국이 친미ㆍ보수중심의 안정지대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기를 바라는 미국의 암묵적 기대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방향에 있어서도 재야는 통합신당의 정책목표가 어차피 내재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한계의 근거로 「경제위기설」에 대한 신당의 대응자세를 제시하고 있다.
즉 지난 수년간 3저 호황등으로 생긴 국제수지흑자를 재벌기업들이 생산설비투자나 외채변제보다는 재테크나 부동산투기 등에 써온 경제구조의 파행성이 현 경제난국의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신당의 핵심인사들은 부차적 요인인 노사분규에 초점을 맞추면서 노사안정만을 강조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환율절상ㆍ임금인상 등 가격상승요인을 자체노력으로 절반이하로 축소시켜 왔으나 우리기업 대부분은 가격상승 요인보다 더많은 가격인상을 하고 있음에도 통합신당은 이런 점을 문제삼지 않는다는 게 재야가 내세우는 신당한계론의 한 논거이다.
이처럼 정계개편을 비판적 차원에서만 쳐다보는 재야로서는 통합신당의 앞날이 당연히 밝지 않을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3당통합이 핵심소수에 의해 인위적으로 이루어져 각정파내에도 불만요인이 많은 데다 이질적 세력의 봉합인 만큼 이해관계의 조절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우리라는 것이다.
또 일시적 쇼크상태에 빠져있던 국민들도 신당의 경제정책이 「가진자」 쪽으로 기울고 민주화조치도 제한적 수준에 머물게 되면 반대입장을 표출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전민련의 김근태 정책실장은 『8백만 농민의 추곡수매자금 추가분 3천여억원을 놓고 전전긍긍했던 정치권이 얼마 안되는 증권투기꾼의 요구에 의해 3조원의 증시부양책을 선뜻 내놓았다』고 주장한 후 『이런 발상을 갖고 있는 한 신당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재야일각에서는 호남을 제외하고 사실상 전국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제선거등에서 지역주의를 이용,세를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달리 말해 재야의 세가 약하고 야당으로 남게된 평민당의 지역성이 극복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통합신당은 태생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반을 더 다져나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신당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신당이 오는 6월 지자제선거에 주력,1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그래서 전민련ㆍ진보정당 준비모임 등 재야단체들은 통합신당의 기반이 강화되기 전에 정계개편의 모순등을 부각시키기 위한 대국민 홍보작업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3일 부산에서 부산민련,부산민주화 교수협의회,부산민변 등 10여단체가 정계개편 규탄집회를 가진 데 이어 오는 8일 서울YWCA에서 진보정당 준비모임주최로 「정계개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시국강연회를 갖는등 대중집회ㆍ강연이 연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재야단체들은 이러한 집회ㆍ강연을 통해 신당을 비판하는 한편 자신들의 지자제선거 참여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진행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준비모임측은 오는 2월말 교수,변호사,문인 상당수가 참여하는 추진위를 발족,그 여세를 5월말 창당과 더불어 지자제선거에서의 이변을 노리고 있다. 전민련도 일부지역을 선택,참여할 계획이다.
이들은 모두 역대선거에서 재야인사들이 명분만 믿고 참여했다가 좌절했던 경험을 중시,전농련ㆍ전노협 등 「범민주연대」도 고려중이고 전민련에는 평민당과의 연대까지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만약 재야제그룹간에 연대가 원활히 이루어질 경우 도시에서는 지식인 재야가,농촌에서는 전농련이,산업지역에서는 전노협이 각각 나서서 정계개편 비난집회ㆍ강연을 주도하고 지자제선거에 참여,자신들의 시각과 위상을 검증받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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