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한달넘게 미뤄… 더 낮아질듯경단협(경제단체협의회)이 올 임금인상가이드라인을 확정하지 못해 진통을 겪고 있다.
경단협은 올 임금인상목표를 내부적으로 7.0∼7.4%로 일단 원칙을 세웠으나 각 경제단체별로 이견이 심한데다 일부 업종별단체에서는 올 경기가 극히 부진할 것이라고 보고 더 인하시켜야 한다고 주장,수치조정작업에 들어가는 등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달 경제단체장회의에서 확정하려던 올 임금인상가이드라인은 한달이상 발표가 늦춰지고 있으며 6일 열리는 이번달 경제단체장회의에서도 발표가 불가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이 경단협의 임금인상가이드라인의 발표가 늦춰지자 임금협상조기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와 기업측에서는 경단협에 신속한 발표를 촉구하는 등 적지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
경단협의 임금인상책정방식은 현재 일본경단연이 사용하고 있는 「생산성 방식」으로 GNP(국민총생산) 성장률(실질)에 물가상승률(GNP디플레이터)을 더하고 예상취업자 증가율을 뺀 것이다.
이 공식에 대입하면 GNP성장률(7%)+GNP디플레이터(4.5%)-취업자 증가율(4.5%)=임금인상률(7.0%)이 나온다.
그러나 올 예상취업자 증가율의 경우 경단협은 4.5%로 보는 반면 경제기획원은 4.1%로 발표,각각 7.0%와 7.4%라는 두가지 안이 나오게 된 것.
경단협이 이같이 「원칙대로」 올 임금인상가이드라인을 발표하려 하자 특히 광업ㆍ철강ㆍ전자 등 최근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업종의 기업들과 경제단체중에서도 무협이나 기협중앙회는 회원사의 어려운 입장을 고려,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임금인상가이드라인 책정 실무담당자인 경단협의 김영배조사부장은 『기업의 경영여건이 올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근로자나 국민들에게 설득력있는 계산방식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전제하고 『원칙으로 내세운 7.0%보다 다소 떨어진 비율로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단협이 올 임금인상가이드라인 책정에 진통을 겪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지난해까지는 경총(경영자총협회)에서 전담했으나 올해는 대외적으로 우리나라의 사용자와 경제단체를 모두 망라한 업계총본산으로 비쳐지고 있는 경단협에서 발표하므로 여론의 향배등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단협의 임금인상가이드라인이 어떤 구속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총보다는 훨씬 더 무게가 실려 있는 것만은 틀림없고 점차 업계의 분위기가 업체별로 노사협상에 대처하기보다는 공동대응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7.0∼7.4%라는 「원칙」이 일부 보도되자 노총ㆍ전노협 등 근로자단체에서 심한 반발을 보인것은 물론이고 일부기업이나 경제단체장도 경단협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단협의 한 고위 간부는 『지난해에는 하향산업과 상향산업간의 격차가 비교적 잘 조정돼 8.9∼12.9%의 임금인상가이드라인을 내놓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으나 올해의 경우는 하향산업에 기준을 맞추다 보면 오히려 마이너스임금인상률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일률적인 평균임금인상안을 채택해야 할지 지난해와 같이 최고∼최저치의 범위임금인상안을 내놓아야 할지 조차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미 전노협은 23.3%,노총은 최저생계비기준으로 17.3∼20.5%를 제시하고 있으며,경제기획원과 상공부등 경제부처에서는 생산성향상범위내 임금인상(7%이내)을 방침으로 정해놓고 있어 경단협이 더 이상 발표를 늦출 수도 없는 입장이다.
경단협의 임금인상가이드라인이 조만간 발표된다고 하더라도 7%이하로 결정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노총이나 전노협 등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나 올봄 노사협상은 마찰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단협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일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임금인상결정기준이 없다』고 말하고 이에대한 노사정간의 기본인식부터 정립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올해는 정부측의 「임금동결운동」과 임금협상조기타결방침,그리고 전노협과 경단협의 태동으로 임금인상 적정선을 놓고 노사정간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한 실정이다.<방준식기자>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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