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첨단기술및 산업발전 7개년 계획」이란 대단히 야심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첨단기술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96년까지 7개년 동안에 38조원이란 막대한 재원을 투입,부산ㆍ대구ㆍ광주ㆍ전주ㆍ강릉 등 5개도시에 첨단과학기술단지를 건설하며 ,이에 소요되는 첨단과학기술인력의 공급을 위해 광주에 제2의 과학기술대학을,나머지 4개 첨단공업단지에는 전자ㆍ반도체ㆍ광대학을 새로이 설립한다는 것이 계획의 골자다. 이에 따라 이공계를 포함한 자연계대학 입학정원을 현재 11만7천명에서 매년 3천8백명씩 늘려 계획완료해에 가서는 2만3천여명까지 증원해 자연계대학 대 인문계대학 정원비율을 55 대 45 수준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어차피 다가오는 21세기는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여하가 적자생존의 필수조건이 될 것이 뻔하다. 지적 내지는 기술집약산업의 발전여부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승ㆍ패자를 가리게 될 전망이고 보면,정부의 미래산업사회에 대비하려는 정책의지와 정책방향에는 원칙적으로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이 거창한 목표실현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방법론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소요재원 38조원중 정부부담은 30%(11조2천억원) 밖에 안되며 70%(26조8천억원)를 민간부문에서 조달한다는 것도 이 계획이 과연 청사진대로 실천에 옮겨질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흔히 새로운 계획을 제시하면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새 제도나 시설을 갖춰야만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폐단이 있다. 이번의 정부계획에서도 예외없이 그것을 볼 수가 있다. 5개의 특정분야 과학대학을 신설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5개 지역중 강릉을 제외한 4개 지역에는 국립지방대학교와 그 산하에 이공계대학들이 버젓이 있다. 기존 이공계대학의 커리큘럼을 첨단과학기술 인력양성에 맞도록 운영체계를 개선보완하고 우수한 교수와 시설을 보강한다면 새로이 대학을 설립하는데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래산업사회가 반드시 정부가 지금 보고 있는 분야의 기술만을 요구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현재로서는 전자ㆍ반도체ㆍ광학 등이 첨단과학의 주류를 이루지만 미래사회가 어느 과학기술을 더 필요로 하게 될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때문에 지금의 예측대로 특정분야 이공대를 신설,집중육성하기 보다는 차라리 모든 과학기술에 활용되는 기초과학(수학ㆍ물리ㆍ화학ㆍ생물) 분야 교육의 질을 높이는 시책이 더욱 절실하다는 게 우리의 견해다.
이공대 정원을 24% 증원한다는 것은 결국 대졸인력배출을 그만큼 양산한다는 뜻이다. 이같은 대졸자증원시책과 인력수급계획과의 상관관계는 따져 보았는지도 궁금하다.
목적이 좋다해서 수단이 아무래도 된다는 식의 발상은 자칫하면 정책 그 자체를 망칠 수도 있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첨단기술육성 7개년계획의 세부계획은 더욱 면밀히 검토되고 보다 실천가능하게 수정할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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