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ㆍ2차대전후 강대국서 획정… 각국마다 불씨로/40년 휴화산… 민주화따라 분출/내전 양상까지… 개혁위협 요인동유럽제국의 민주화개혁 열풍이 일순한뒤 기다렸다는 듯 각국에서 민족분규가 잇달아 국경분쟁과 단일민족의 자치독립 문제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여러민족이 함께 모여사는 유럽사회,특히 두차례 세계대전후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인위적으로 국경선이 확정된 동유럽 각국의 민족분규는 개혁의 전도뿐 아니라,유럽 사회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로 등장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고의 코소보주에서 일어난 분규는 내란의 양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고,민주화 개혁이후 한두차례씩 분규가 일어났던 불가리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에서도 이 문제는 휴화산으로 남아있다.
20세기 들어 동구권의 판도는 양차대전을 분수령으로 급변했다.
1차대전 이후 독일과 연합국 사이에 체결된 베르사유 조약(1919),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를 무너뜨린 생제르맹 조약(1919),헝가리제국의 붕괴를 몰고온 트리아농 조약(1920),오스만 터기제국의 몰락을 이끈 세브르 조약(1920) 등은 동구의 지도를 바꾸어 놓았다. 또 발트3국의 소련 편입을 합의한 독소 비밀협약(1939)과 2차대전후 전후 유럽질서를 개편한 얄타협정(1945) 및 파리조약(1947)으로 현재의 국경선이 확정됐다.
강대국들의 독단으로 다시 그어진 국경선은 공산독재 치하에서는 겉으로 보기에 조용한듯 했지만,사실은 40여년동안 내연을 계속해오다 민주화 개혁 이후 앞다투어 균열되기 시작했다.
실지 회복을 주장하며 분단된 민족을 통합하자는 국경문제는 국가간 주권의 충돌로 발전할 소지까지 안고있다.
통독 논의가 구체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는것을 보면 국경에 얽힌 민족문제는 소수민족의 분규차원에서 독일통일 운동을 모델로 통일요구 투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동구권에는 11월 베를린 장벽 개방으로 시발된 통독 논의를 비롯해 독일폴란드(오데르나이세강 서안),헝가리루마니아(트란실바니아),소련루마니아(몰다비아),유고불가리아(마케도니아),유고알바니아(코소보)등 국경문제와 결부된 민족분규가 진행중이거나 잠재돼있으며,그외의 소수민족 문제도 10여건 정도 고개를 들고있다.
격화일로로 치닫는 유고사태를 계기로 민족과 국경문제로 진통을 겪고있는 동구 각국의 현황를 규명해본다.
▷유고슬라비아◁
6개 공화국과 2개 자치주,15개 민족으로 구성된 연방국가 유고는 동구에서 가장 격심한 민족분규로 시달리고 있다.
특히 1백90만명의 주민중 85%가 알바니아계인 코소보 자치주는 지난해 3월의 유혈폭동에 이어 지난달 24일부터 자결권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져 2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코소보를 에워싼 세르비아 공화국의 슬로보단ㆍ밀로세비치 서기장은 이지역이 세르비아 문화와 역사의 요람임을 내세워 강경대응을 고집하고,알바니아도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어 이지역의 분규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유고에서는 강력한 지도자 티토 대통령의 사후 각 공화국간의 알력이 표면화돼 연방해체의 위기가 싹튼지 오래이다.
숫적으로 우세한 세르비아인(40%)의 세력확장에 반발,경제적으로 발달한 슬로베니아(8%)와 크로아티아인(22%)들이 최근 연방탈퇴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불가리아◁
믈라데노프 서기장 등장후 전체인구의 8.5%(1백50만)를 점하고 있는 터키계 소수민족 문제가 재연되고 있다. 믈라데노프 서기장이 전임 지프코프 서기장의 터키인 동화정책을 포기,지난해 12월 종교적 자유와 공민권을 회복시키자,불가리아 민족주의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84년 터키어 사용과 종교의식을 금지시킨이래 32만명이 터키로 탈출하자 터키와 외교적 불화가 계속돼온데다 보수파 공산주의자들이 권력 회복을 노려 5백여년동안 오스만 터키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불가리아 민족의 구원을 들먹이며 사태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한편 마케도니아 소수민족도 불가리아 당국의 동화정책에 항의,유고의 마케도니아 공화국내 동족과의 통합을 요구하고있다.
▷루마니아◁
2백60만의 헝가리인들의 자치권 확대투쟁은 지난해 12월 전국적 민중봉기를 촉발,차우셰스쿠 정권을 축출함으로써 전면에 부각됐다. 1919년 헝가리에서 루마니아로 넘어간 트란실바니아 지역에 주로 거주해온 헝가리인들은 생활과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음에도 차우셰스쿠 치하에서 탄압을 받아온 것이다.
헝가리인들은 집권구국위의 소수민족정책에 여전히 의구심을 지닌데다 당국의 차별정책이 계속될 경우 트란실바니아의 헝가리 반환요구를 표면화할 가능성도 있다.
차우셰스쿠 몰락을 계기로 4백20만 인구중 3분의2가 루마니아계인 소련 몰다비아 공화국과의 통일논의도 표면화됐다.
1940년 스탈린이 루마니아의 베사라비아 지역을 강점,몰다비아 공화국을 설립해 소연방에 편입시킨데 대한 반발이다. 루마니아의 민중봉기를 환영해온 몰다비아내 루마니아인들은 이미 독일의 선례에 입각한 국경개방을 요구하고 있고,루마니아의 민족 농민당도 몰다비아의 반환을 주장하고 나섰다.
▷폴란드◁
통독 전망이 가시화되면서 서독의 극우단체들이 2차대전후 폴란드에 편입된 오데르나이세강 서안지역의 반환을 요구하고나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서독의 콜 총리는 75년 헬싱키 조약이후 이지역을 포함한 영토의 회복논의를 거론치 않기로 천명해왔으나 12월 총선을 앞두고 극우 공화당의 지지를 의식,유보적 입장을 취함으로써,폴란드를 불안케하고 있다.
소련 발트3국의 분리독립 요구가 점증하면서 리투아니아의 폴란드 소수민족의 자치요구도 만만치 않다. 독소 비밀협정으로 소련에 편입된 빌니우스 지역문제를 논의키 위해 지난해 12월28일 리투아니아 인민전선(사주디스) 대표단이 바르샤바를 방문한 것도 민족자치운동과 연관된 것이었다.
▷체코◁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공화국으로 이뤄진 연방국가 체코슬로바키아도 전인구의 65%를 점하고 있는 체코 공화국에 경제적 혜택이 집중되면서 슬로바키아 공화국(전인구의 30%)과의 갈등이 심화됐다.
벨벳혁명으로 일컫는 개혁의 진전으로 등장한 지도부도 체코출신의 하벨이 대통령직을,슬로바키아 출신 두브체크가 연방의회 의장을 나눠가짐으로써 이같은 민족간의 대결의식을 대변한바 있다. 수데텐란트 지역의 독일 소수민족외에 헝가리와 폴란드인 다수가 거주하고 있어 민족분규의 가능성을 안고있기도 하다.
▷헝가리◁
88년부터 차우셰스쿠의 탄압에 못이겨 트란실바니아 지역에 헝가리인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에 분산된 5백만 헝가리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특히 3월에 실시될 총선을 앞두고 각 정치단체들이 이 문제를 정치 이슈화함으로써 당사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재열기자>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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