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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위의 산성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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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위의 산성눈(사설)

입력
1990.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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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관측사상 최대의 적설량을 기록한 폭설은 은백의 환상적인 설경을 펼쳐주었고 전국적으로 58억에 이르는 설해를 안겨주기도 했다.그러나 그러한 설경과 설해도 그렇지만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우리위에 내린 티하나 찾아볼 수 없는 순백의 눈덩이가 실은 엄청나게 오염된 산성눈이라는 사실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한 조사팀이 서울일원 8개 지역에 내린 눈을 표본채취하여 측정한 결과 산도가 환경기준치인 5.9PH보다 10배 이상인 4.35∼4.69PH의 산성눈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산성눈 또는 산성비는 대기중의 아황산가스및 질소화합물이 수증기와 섞여서 생겨나는 것으로 대기오염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피부,호흡기 질환 등 질병유발은 물론 생태계를 크게 파괴함으로써 공업화가 앞섰던 다른나라에선 이미 오래전에 환경문제의 중요한 항목이 되어 왔었다.

환경기준치보다 10배나 더하다는 이번 폭설의 산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의 환경이 얼마나 오염되었는지를 한마디로 입증하고 있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생존문제로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자연보호와 관련된 운동도 그치지 않았고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의 외침도 높았다.

그러나 그러한 운동과 외침속에서 개선의 흔적은 커녕 악화의 징조만을 대하는 심경은 착잡하기만 하다.

우리의 환경은 서울올림픽을 분기점으로 하여 급속하게 오염의 정도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 갖가지 통계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1988년 0.062PPM이던 서울지역의 대기오염도가 1년 뒤인 1989년엔 0.108PPM까지 뛰어 오른 것이 한 예이다.

이것은 서울올림픽이후 환경보호에 대한 정부당국의 노력과 일반국민의 관심이 떨어졌음을 말해주는 것 같아 안쓰럽기만 하다.

정부기구개편으로 금년부터 환경청이 환경처로 승격되었고 정부는 1990년을 환경원년으로 선포하여 더이상의 환경오염을 막고 이미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기 위하여 환경정화예산을 대폭 증액하는등 지속적인 시책을 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환경관계법의 정비나 강력한 행정조치로 환경오염행위를 근절시키는 일에는 이렇다할 진전이 없은 채 환경오염은 행정당국의 소극적인 단속,해당기업체의 분별없는 탈법이 국민들의 안타까움 속에서 더욱 심화되기만 하는 느낌이다.

유수한 재벌기업,심지어는 국영기업체까지 법을 어기고 환경오염행위를 저질렀다는 보도는 아직 우리주변에선 비일비재하다.

산성눈의 발생요인이 반드시 우리에게만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미국중서부의 공장지대의 오염대기가 산성비로 인접 캐나다의 삼림지대를 훼손한다하여 양국간의 오랜 현안으로 되어있긴 하다. 하지만 우리 머리위에 내린 산성눈에서 우리의 환경보호 노력의 한 지표를 읽지 못한다면 「우려할만 하다」는 산성눈보다 더 우려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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