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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파(장명수칼럼: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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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파(장명수칼럼:1322)

입력
1990.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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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석간신문은 여권이 신당불참자들에 대해 강경대응키로 방침을 세웠다고 1일 보도했다. 그 신문은 여권의 한 소식통이 『민주당의 일부 이탈세력과 민정당의 불만세력에 대해서는 정계개편의 성공적 완결을 위해 응분의 대응을 하지 않을수 없다』고 말했다고 쓰고있다.그 기사가 사실인지 아닌지 현재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만일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강경대응」이나 「응분의 대응」이니 하는말에서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과거의 공작정치에 대한 공포와 혐오이다. 그런말이 여권에서 나돈다면 지금까지 주장해온 신당출현의 당위성이 너무나 무색해진다.

각 당들이 이탈ㆍ불만세력을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상보다 많은 숫자,또 중요인물들이 합류를 거부할 경우 신당의 이미지가 손상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해할수 있다. 지금까지의 자기세력을 한사람이라도 잃지 않겠다는 안간힘도 나쁘다고 할수 없다.

그러나 합류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압력을 가하겠다는 것은 정계개편의 참뜻을 의심케 한다. 3당합당이 역사적인 필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야에 남겠다는 사람들의 결정 역시 존중해야 한다.

합류만이 최선이고 나라를 위한 결단이라는 생각은 벌써 독선에 빠진 것이다. 이탈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못마땅한 점이 있다고 해서 「배신자」라느니 「중도에 변심했다」느니 「교섭단체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보기 흉하다.

여ㆍ야가 합쳐만든 거대신당은 당내에 여ㆍ야의 성격을 갖는 여러계파를 가진 균형잡힌 정당이 될수 있으리라고 기대되지만,그것은 어디까지나 여당이므로 이 나라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튼튼한 야당이 맞설수 있어야 한다. 과거를 뒤돌아볼때 야당다운 야당,언론다운 언론을 갖지못한 막강한 여당은 결국 비극적인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지 않았다면,3공ㆍ5공은 비판자들의 조언과 견제속에 파국을 면할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ㆍ민정당이 차례로 임시전당대회를 열고,3당합당을 「만장일치」로 결의한후 「지도자」를 따라 일사불란하게 신당으로 행진해가는 모습은 지도자로서는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국민의 눈에는 부자연스럽다. 역시 한국의 정당들은 지도자 중심의 사당수준 이었구나라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당의 출현이 역사적의미를 가진것이라면 더많은 토론,더많은 이견,더많은 이탈이 마땅히 나와야 한다. 더많은 유능한 정치가들이 신당대신 야당을 선택해야만 신당도 실력있는 파트너,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자를 가질수 있게 된다. 이탈자를 대하는 합당파의 시각은 보다 넓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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