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동원 안해… 모든 작전은 프로그램화/감자밭ㆍ울타리 손상 보상 2,900만불 절감효과도【타임 2월5일자 본지특약】 유럽주둔 미군은 최근 독일에서 탱크나 전투병력을 거의 동원하지 않고 컴퓨터만으로 「리포저」(재편)로 불리는 연례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유럽주둔 미군이 이처럼 컴퓨터만으로 군사 연습을 실시한것은 지난 69년 리포저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훈련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미군 지휘관들은 점차 거세지는 독일인들의 반발과 수백만달러의 손해 배상및 동구공산권 와해로 인한 정세변화로 마이크로칩과 상황판을 이용한 훈련을 실시하면서도 일반인들의 눈에 띄지않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기울였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지휘관들은 소련이 아직도 동구에 막강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고도의 경계태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유럽주둔 미군사령관 크로스비ㆍ세이트장군 등 나토의 고위 장성들은 또 동구에서의 정치정세가 반전될 가능성과 소련체제를 강타하고 있는 불안정성 등에 우려를 금치못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군사전략가들이 말하는 서방에서의 「감소된 위기의식」에 더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이같은 경향은 미국방 예산의 24%를 차지하는 유럽에서 급격하고 무분별한 미군 철수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경계한다.
그러나 많은 서독인들,특히 정치인들은 서독 주둔 25만여명의 미군 철수를 점차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유럽주둔 미군사령부 소속의 한 문관은 『미군이(유럽에서) 매년 1천1백여회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독일인들은 이제 더 이상 이를 감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서독인들은 소련의 군사적 위협이 명백히 존재하는 한 대규모 미군병력 주둔의 필요성을 인정해 왔다.
하지만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에 따른 동구의 스탈린주의 종식과 군축의 진전으로 서독인들은 전쟁의 공포를 불식했다. 또 지난 88년 람스타인 미공군기지에서 에어쇼를 하던 3대의 이탈리아전투기가 충돌사고로 추락해 조종사와 70여명의 관객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오랫동안 억눌려온 미군에 대한 반감이 공개적으로 분출됐다.
이 사고는 미군의 작전과는 별로 관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토전투기들이 빈번히 실시하고 있는 저공비행훈련에 대한 항의 시위를 한층 격화시켰다.
람스타인기지 사고는 당시까지만해도 주목을 끌지 못했던 서독의 주권에 관한 문제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독일에 주재하는 한 미국인은 『서독인들은 자국 국방장관이 에어쇼 하나도 금지시킬 권한이 없음을 깨닫게 됐다』며 『연합국들의 군사적 권리가 너무도 당연시 돼 왔으나 이제는 정치쟁점으로 부각돼 있다』고 말했다.
서독인들은 또 미군이 법원의 영장이나 서독 정부의 승인없이도 서독내의 전화를 도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개하고 있다.
연합군은 이밖에도 서독에서 영공통제권을 가지고 있으며 베를린에 대한 서독 정부의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비토권도 갖고 있다.
독일인들은 통독 전망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동독내에서의 소련의 권리를 포함,나토동맹국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삭제할 것을 원하고 있다.
서독주둔 미군이 이제까지 접해본적이 없는 이같은 압력은 지상훈련에까지 영향을 미치게됐다.
서독당국은 시민의 안전과 공해방지를 위해 군용차량의 검열권을 요구하는 한편,일부 노조에서는 미군에 고용된 서독인들의 경영참여권 부여를 요구하고 나섰다. 양국관계의 미묘함을 잘 인식하고 있는 미군당국은 오는 12월 서독 총선과 관련,람스타인기지 사고같은 악재의 재발을 우려하면서 그들의 권리행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도 의회내에 예산절감 분위기가 팽배한 시점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훈련 방식은 상당한 경비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리포저훈련 방식을 택할 경우 5천2백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액수중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임야나 농지 승용차 등 민간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액이다. 서독에서는 기동훈련으로 매년 평균 2천9백만달러의 대민 피해가 발생해 왔다. 동원병력들은 감자밭이나 농가의 울타리 등을 손상시키지 않기위해 노력하지만 60톤이나 되는 탱크를 몰다보면 불가피하게 피해를 주게 마련이다. 탱크와 장갑차 수송차량의 행렬이 마을을 통과하며 교통혼잡을 일으키는 것도 민간인들에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불편이다.
사실 군사전문가들은 M1 탱크가 도로를 메우고 병사들이 경작지를 가로지르는 훈련방법이 경비만 많이들뿐 효과가 적다는 사실을 지적해왔다. 따라서 기갑부대와 보병을 대량투입하는 기동훈련은 순수전략적 차원에서도 재고되어야 한다는 압력이 점증돼왔다.
중화기 부대의 전술과 작전을 컴퓨터프로그램화하고 눈에 띄지않는 장소에서 보병훈련을 실시하는 리포저훈련은 경비 절감의 가시적인 효과와 함께,군비증강 반대론자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다분히 정치적인 효과를 아울러 거둘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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