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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보내며(장명수 칼럼: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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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보내며(장명수 칼럼:1320)

입력
1990.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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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자기힘으로 정권을 바꿔보지 못한 이 나라 야당사의 기구한 팔자와 불굴의 정신을 이어받은 「적자」임을 자부해온 민주당이 30일 임시 전당대회에서 민정ㆍ공화당과의 합당을 결의함으로써 우리는 야당 하나를 잃었다. 눈이 쏟아지는날 당의 해체를 선언한 전당대회는 합당에 반대하는 당원들의 반발로 야유와 실랑이가 있었다고 하나 너무나 간단하게 막을 내렸다는 생각이 든다.대회가 끝난 시간에 마침 차가밀려 민주당사앞에 머물러있던 나는 한 당원이 거리에서 눈을 맞으며 울분을 터뜨리는 것을 보았다. 50대후반정도로 보이는 그는 우리나라의 지방도시에서 야당생활로 평생을 보낸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국민이 야당노릇 잘하라고 몰아준 표를 배신하고 당을 팔아 먹다니. 낮에는 야당하고 밤에는 여당하는 사꾸라들이 당을 망쳤어. 이래도 되는거냐?』

그의 울분속에는 야당은 옳고 여당은 옳지 않다는 뿌리깊은 신념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런 요지부동의 신념이 있었기에 야당사람들은 생기는것 없고 고달프기만한 만연야당생활을 감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만의 신념일까. 여당은 늘 부정부패하고,야당은 늘 정의로운 투쟁을 한다는 오랜 등식이 우리 모두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여당은 늘 나쁘고 야당은 늘 옳다는 생각이 국민속에 뿌리깊기 때문에 야당하는 사람들은 항상명분을 가질수 있고,야당의 부패나 부정은 가려질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민주당 사람들은 잔류하기로 결정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여당 사람들이 될날을 눈앞에 두고있다. 국민이 던져준 표의 힘으로 의기양양하고 정정당당하게 여당이 되지 못했다는 것은 그들이 끝까지 지고가야할 멍에이다.

「여당은 부정부패하고 야당은 정의를 위해 싸운다」는 국민의 뿌리깊은 고정관념이 깨질때까지 민주당사람들은 그 무거운 멍에를 스스로 벗어 던지지 못할 것이다.

그 어려웠던 변혁기에 국민에게 희망과 실망을 주고 더불어 싸우며 고운정 미운정이 쌓였던 한 야당이 고별사도 없이 소멸되는 것을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다. 87년 5월1일 창당된후 민주당이 걸어온 2년9개월의 역사는 국민의 땀과 피,최루탄과 화염병이 뒤엉킨 역사임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여당은 불의,야당은 의라는 등식은 깨져야 한다. 김영삼총재가 투쟁대신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도 좋은말이다. 그러나 민주당 사람들은 이제부터 잘해야 한다. 그 등식을 깨는 것은 신당의 노력,특히 민주당사람들의 겸허한 노력에 달렸다. 야당노릇 잘하라고 최루탄속에 울며 던져준 국민의 표를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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