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재야 공동위기의식으로 대타협 성사/“근본모순 총선후로 연기” 장기안정 어려워공산당을 포함한 동독의 각정당 및 재야단체는 28일 원탁회의에서 재야단체가 내각에 참여하는 비공산대연정 수립 및 총선조기실시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공산당지도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혼미를 거듭하던 동독정정은 일단 파국의 위기를 넘기게 됐다.
이번 원탁회의에서 합의한 핵심적인 사항은 5월6일로 예정되었던 총선일자를 3월18일로 두달 앞당기고 12개의 비공산정당 및 재야단체에서 각1명씩 내각에 참여하는 거국과도정부를 구성,총선 때까지 동독의 정치개혁을 추진케 한다는 것이다.
공산당과 재야가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씩 후퇴한 이번 타협안은 현동독정국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공산당과 재야 양측의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던 동독의 개혁이 혼미속으로 빠져든 계기는 공산당주도의 모드로 총리 정부가 신나치주의의 발호를 방지할 목적으로 새로운 경찰조직을 창설하려 한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부터다.
이 사실이 연초 공개된 이후 평화적으로 진행돼왔던 민주화 촉구시위는 구 비밀경찰본부를 습격하는 등 날로 과격화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모드로 총리 정부의 개혁추진 속도에 실망한 동독시민들의 서독이주도 최근들어 다시 급증했고 경제회복의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였다. 이처럼 모드로 정권에 대한 불만이 점증하게 되자 공산당제휴정당인 기민당은 지난 25일 내각에서 탈퇴할 것을 선언했고 결국 모드로 총리는 재야단체에 대연정수립을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재야단체들은 그동안 정국운영에 대한 책임을 공산당과 공유할 경우 총선에서 불리할 것으로 판단,대연정 구상에 거부자세를 보여왔었다. 하지만 날로 심각해져가는 정치ㆍ경제적 위기를 방치할 경우 국가적인 파국에 빠져들 것이라는 사회전체의 우려는 이들에게 대연정안을 수락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공산당과 재야가 거국대연정을 수립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모드로 총리 정부는 대국민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됐고 재야단체도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공산당을 견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의 대타협은 동독정부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을 총선후로 잠시 유예한 것에 불과한 측면이 강하다.
공산당과 재야가 일부 군소정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총선일자를 3월18일로 앞당기기로 합의한 것은 국민으로부터 정통성을 부여받은 행정부를 가급적 빨리 출범시켜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길만이 난국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는 판단에서였다.
28일 원탁회의를 앞두고 노정된 동독 최대 재야단체인 노이에스 포룸의 분열상은 3월18일 총선에서 어느정파도 다수의석을 점유할 수 없으리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베를린장벽 개방이후에 점차 높아가는 동독국민들의 통독열망과 반사회주의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원칙 고수를 견지해왔던 노이에스 포룸은 마침내 핵분열 현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27ㆍ28일 노이에스 포룸의 총회를 앞두고 사회주의와의 완전 결별을 주장하는 세력이 노이에스 포룸에서 이탈,「독일포룸」이라는 새로운 정치단체를 결성했으며 총회에서도 좌우양파간에 격렬한 의견대립으로 진통을 거듭해야했다.
노이에스 포룸 총회는 결국 ▲총선후 동서독 국민을 상대로 한 통독찬반 국민투표 실시 ▲통일독일의 비무장화와 NATO 및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해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타협적인 정강을 채택했지만 이에 불만을 품은 좌파세력은 2월중순의 비상총회 개최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앞으로도 수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3월18일 총선에서 노이에스 포룸이 최대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멀어졌으며 공산당과 사민당의 대두가 현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3개정치세력은 통독문제와 시장경제체제 도입범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시각에서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동독정국은 총선후에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혼란을 겪게될 것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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