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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5공관/신재민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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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5공관/신재민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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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상오 청와대에서 올해 업무보고를 한 법무부의 보고자료에는 유달리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모두 13페이지로 된 보도자료의 맨앞장에 「80년대 반성과 평가」라는 제목아래 『제5공화국하의 대량구속ㆍ석방 등 구속자 처리에 대한 일관성 결여와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시비로 법집행의 권위가 실추됐다』는 말이 들어 있었다.

80년대에 대한 평가에서도 5공을 권위주의체제로 규정하고 그로 인해 불신과 갈등이 깊어졌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 『6ㆍ29선언 이후 착실한 민주발전과 민주시민 의식이 향상됐다』고 평가,간접적으로나마 6ㆍ29 이전이 「반민주의 시대」였음을 인정하고 있다.

모두가 아는 소리같지만 5공시절 체제수호의 첨병으로 꼽혀온 법무부와 검찰이 6공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성의 자세를 보인 것이어서 가볍지 않은 의미를 갖고있다.

1천3백여명을 한꺼번에 구속했던 86년의 건국대점거농성사건등 숱한 「전원구속사건」,김근태ㆍ권인숙ㆍ박종철로 이어지는 고문사례,끊임없이 계속돼 온 용공조작 시비 등 우리나라를 인권침해국으로 비치게 했던 일들에 직ㆍ간접으로 간여해온 과거의 법무ㆍ검찰을 생각하면 큰 변화이다.

6공출범 이후 세번째인 업무보고 자리에서야 과거를 반성하는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나마도 5공 초기에 타의로 검찰총장직을 물러나 변호사로 지내온 허형구법무부장관의 시각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법무ㆍ검찰의 「5공청산작업」은 아직 미흡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87년 6월 수많은 학생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오지 않을 수 없게 했던 이유에 대한 반성이 없고,권위주의 체제에서 억눌렸다 한꺼번에 분출된 각계의 욕구를 「불법ㆍ무질서의 노정」이라고만 매도하는 경직된 시각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5공 검찰의 근본적인 잘못은 구속자 처리의 일관성 결여나 인권침해가 아니다. 전횡적인 정치권력에 끌려다니면서 법무ㆍ검찰의 생명인 민주주의의 법정신을 포기한 점이야말로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5공의 유산이다.

90년대를 「민주ㆍ자율,고도산업,개방ㆍ화해의 새 시대」로 규정하고 장기시책방향을 마련했다는 법무부가 「5공청산의 변」을 밝히면서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검찰권의 확립을 천명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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