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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연예가 풍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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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연예가 풍토(사설)

입력
1990.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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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밝힌 연예계의 조직폭력실태는 우리에게 남다른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와 비슷한 폭력관련의 보도는 그간 단편적으로 있어왔으나 이처럼 깊숙이,그리고 조직화되어 있었다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검찰의 발표로는 조직폭력은 밤무대유흥업소,연예인출연계약 대행업소의 간부,또는 연예인의 매니저 등으로 연예계에 깊숙이 파고들어 연예인들의 출연료를 가로채고 계약도 없는 출연을 강요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텔레비전,라디오 등의 연예,가요프로그램에까지 관여하여 인기순위를 조작하기도 하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연예인에게 주먹과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는 것이다.

프랜시스ㆍ코폴라감독이 연출한 명화 「대부」는 세계 흥행계의 본바닥인 미국 연예계가 마피아폭력조직에 꼼짝없이 조종당하고 있는 사실을 실감있게 보여주었지만 우리 연예계 역시 조직폭력에 의해 심하게 오염되었음을 이 사건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간 연예계 주변의 폭력오염은 알려진지는 오래됐고 그러한 중에 아직도 연예계의 풍토가 바로잡혀지지 않은 상태임을 말해주는 몇건의 사고가 최근에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검찰의 수사로 밝혀진 연예계의 폭력과 부조리는 우리의 상상과 우려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특히 현대산업사회의 대량전달매체이자 대중의 공기로 불리는 텔레비전,라디오 등 방송까지 연예계 부조리에 휘말려 연예인들의 인기순위가 조작되고 인기프로 출연에는 적지않은 금품이 수수되었다고 하니 더욱놀랍다.

눈부신 조명 속에 화려한 무대를 배경으로 대중에게 낭만과 환상을 안겨주고 청소년으로부터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연예계가 겉보기와는 달리 어둡기 그지없는 암흑세계요,무섭기만한 무법천지가 되고서야 어떻게 대중문화가 건전하게 육성되며 청소년 선도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연예계를 어지럽히는 연예계 폭력과 부조리는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풍토마저 크게 혼탁시키고 있는 만큼 철저하게 뿌리뽑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에 적발된 20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므로 수면하에 잠겨 있는 빙산을 제거하기 위하여 더욱 힘을 쏟아야만 할 것이다.

조직폭력은 단속의 끈이 죄어지면 숨어들었다가 단속의 끈이 느슨해지면 다시 머리를 쳐드는 생리를 지녔고,연예계는 조직폭력이 쉽게 발붙일 수 있는 풍토인 만큼 한차례의 집중단속으로 뿌리가 뽑혔다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연예계 폭력의 추방은 평상시에도 감시와 경계의 눈을 게을리하지 않음으로써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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