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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혁명론/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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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혁명론/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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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는 『일은 권태와 부도덕과 가난이라는 3대 죄악을 추방한다』고 말한적이 있다. 모든 세상사가 흐르는 물이나 팽이와 같은것이어서 고여만 있으면 썩어버리고 부지런히 돌지않으면 중심을 잡지못하고 쓰러져 버린다는 이치일 것이다.하지만 물도 개울물일때 소리가 요란하지 대하가 되어 도도히 대해로 흘러들땐 결코 소리가 나지않는 법이다. 팽이도 제대로 돌지못할때 뒤뚱거릴뿐 중심이 잡힌 고속회전의 경지에 이르면 마치 그림처럼 그냥 서 있는 것으로만 보인다.

우리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여야 3개정당의 모두가 어리벙벙할 정도의 합당을 보는 시각도 일과 시끄러움의 두가지로 집약할수 있지않을까 생각되는 오늘이다.

첫째 관점은 이번 합당이 볼테르가 말한것처럼 팔짱을 걷어붙이고 나라를 위해 일을 하려는 것인가,아니면 서로의 계산이 맞아 떨어진 이기심의 편의적 발로일뿐인가를 따져보는 것이다.

과거의 4당체제가 국민들이 선택한 황금분할에서 불과 2년도 못돼 정치력 발휘에 무능한 레임 덕(절름발이 오리)으로 전락한 기미를 보였던건 사실이었다. 경제위기,계층과 지역간 갈등심화,민생치안 표류등의 3대 죄악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현실이 4당체제의 한계라면 한계랄수도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의 정치적 혁명의 가담자들 모두가 일을 제대로 하기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라안팎의 반응을 봐도 다음선거에서 정권을 잃기보다 합당의 틀에서 일방적 집권을 유지하는게 유리하다는 여권,집권이나 제일야당 위치확보전망이 어둡지만 정통성을 갖고있는 야당,과거의 유신족쇄를 끊어 떳떳해지고 보려는 셋째당의 계산이 서로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얼굴을 가진 새 정치구도이고 보면 참된 평가는 앞으로 일을 제대로 해내느냐는 실적에 달렸다고 할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들은 앞날을 차분히 지켜보며 엄격한 채점준비를 해야한다는 소리도 나오는 것이다.

두번째 관점은 『명예혁명이다』『구국차원의 결단이다』는 자화자찬이 없는건 아니지만 결국 이번에도 혁명이나 쿠데타와 같은 충격적인 편법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성숙한 민주ㆍ시민사회에서는 정치개편도 국민들의 지지속에 물흐르듯 조용하고 뜻깊게 이룩되는게 정도이다.

그런데도 느닷없는 밀실에서의 일방결정의 충격에서오는 시끄러움과 어리벙벙함은 우리사회가 알맹이보다는 방법이라는 껍질의 의외성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다는 저수준 민주의 명백한 드러남에 다름아닌 것이다.

사실 명예혁명은 왕권으로부터 의회의 권리를 찾아내 오늘의 의회정치의 초석을 다진 시민주도혁명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따져볼때 이번의 혁명적 정치개편은 두가지의 상반된 얼굴과 상의하달성,소음성등으로 미루어 명예혁명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빠르다는 소리가 없지도 않다. 앞으로 개편된 정치권이 물흐르듯 타협과 조정으로 일을 훌륭히 해내고 국민들의 수준도 시민사회에 걸맞게 성숙해 졌을때 명예혁명은 저절로 찾아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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