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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신당의 출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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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신당의 출현(사설)

입력
1990.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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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의 통합선언을 듣고 많은 국민들이 느낀 제1감은 우선 어리벙벙하다는 것이었으리라고 믿어진다. 놀라움이나 충격,당혹감 같은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이러한 방식의 정계개편이 과연 있어도 좋은 것인지,개편의 결과가 새로운 안정을 갖다줄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의 시작이 될 것인지 저간의 전후사정을 모르는 국민으로서는 의혹과 더없는 궁금증을 가지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정계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ㆍ주장한 바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어떤 정치적 변화가 있으리라는 것도 예상되어 오기는 했다. 4당체제가 각 당이 안고 있는 지역성과 사당성 때문에 많은 국민들한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이른바 여소야대의 판도아래 정국주도세력이 없는 정치권의 표류현상이 사회적 경제적 불안요인으로까지 작용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정국안정을 겨냥한 3당통합은 정국의 주도세력 구축과 안정된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줄로 안다. 4당체제를 국민이 선택한 여소야대체제라고 말하는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국민으로 하여금 4당체제 밖에 선택할 수 없도록 만든 책임은 3야의 지도층에게 있었다고 볼 때 어차피 지역성과 사당성 타파를 위한 정계개편은 필연적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같은 정계개편이 만약 양대 야당세력간의 대타협과 통합으로 발전되어 주었다면 국민 대다수는 아마 절대적 호응으로 반응했을 것이며 오늘과 같은 충격이나 당혹감 같은 것도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불행히도 야권의 실정은 평민ㆍ민주가 서로 빙탄불상용의 지경에 있고 통합의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되어 있었으니 차선책 강구의 방향이 결국 민정과 민주의 결합이라는 상식을 넘은 변화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신당창당의 필요성을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3당통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나 그것의 결과가 초래할 수 있는 몇가지 부작용에 대해서 부정적 측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통합이라는 어려운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은밀한 막후교섭과 비밀의 유지가 성공의 선행요건이 된다는 것쯤 우리도 알고 있다. 그러나 정국의 판도를 뒤바꿀만한 중대한 정치적 변화를 도모하면서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소속의원들의 의견조차 물어보거나 수렴함이 없이 최고위층 몇명에 의해서만 타협과 묵인,밀약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우리는 부정적 견해를 아니 가질 수 없게 된다.

신당을 만들어야 할 이유와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면 추진과정에서의 깊은 속사정이야 일일이 밝힐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신당창당의 대의명분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앞세워야 했다고 믿는다. 3당통합 선언에 많은 국민이 어리둥절해진 까닭도 따지고 보면 국민이 이해하고 납득할 만한 대의명분의 제시가 없었다는 데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물론 우리는 신당창당의 결과로 앞으로의 정국이 안정되고 국정운영이 순조로워지기를 바라고 있다. 하나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그 반대되는 방향으로 정국이 전개될 우려도 없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먼저 사당체제가 지닌 지역성문제가 치유되기는커녕 오히려 평민의 고립화 강요로 지역감정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신당측에서는 호남소외를 막을 수 있는 진지한 대책이 강구될 것이라고 미리부터 이 문제에 대한 심심한 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그 대책이 무엇이 될지는 몰라도 몇몇 호남출신 인사들의 영입정도로 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만약 평민을 제외한 신당창당이 호남사람들한테 호남지역에 대한 배척으로 인식된다면 증폭될 지역감정이 앞으로 어떠한 불행한 사태를 몰고오게 될는지 종잡기 어려워진다.

신당창당에 쏠리는 우리의 우려는 이외에도 또 있다. 아직도 우리 국민들 감정에는 5공청산에 대한 미흡함에 큰 불만과 앙금이 남아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불만의 앙금은 현재의 정치상황을 아직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과정으로 보고 반민주세력의 제거없는 민주화란 달성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이러한 불만세력이 젊은층과 학원,노동계 및 재야세력과 결합하고 이에 평민을 업은 호남의 지역감정이 가세한다면 제도권 밖에서의 원외투쟁이 가열화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신당이 전개할 정계개편이 반드시 일부 기성들의 물갈이작업을 병행해야만 국민여망에 호응하는 것이 되고,형식적이 아닌 실질적 5공청산이 계속 강력히 추진되어야만 많은 양심세력의 지지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이미 국민의 심판이 끝난 사람,과거 독재의 충실하고 명백한 하수인 노릇을 한 인사들까지 「관용」이라는 허울좋은 구실로 모두 포섭키로 한다면 그때야말로 3당이 각기 정권연장과 정권획득,정권이용이라는 개인적 욕망과 당리당략적 차원에서의 야합을 꾀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줄로 안다.

신당의 성패여부는 당의 도덕성수립 여하에 달려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정파간의 기득권 크기와 목전의 작은 이해나 밝히고 보스중심의 이합집산을 거듭할 당을 만들 양이라면 신당은 시초부터 국민의 눈밖에 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신당 창당과정에서 국민의 의사와 여망을 물어보지 못한 이상,창당이 일단락되고 내부의 정지작업이 끝나면 곧이어 국민에게 신당에 대한 평가를 묻는 총선과 같은 후속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정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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