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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체제」의 시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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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체제」의 시험(사설)

입력
1990.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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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레타리아독재」의 미명 아래 대포와 공포의 사슬로 엮어놓은 거대한 소련제국이 여기저기서 피비린내나는 분쟁을 겪고 있다.88년부터 부쩍 격화되고 있는 소위 「인종분규」는 대충 13군데에 이르고 있다. 발트 3국을 비롯해서 우크라이나,몰다비아,우즈베크,그루지야 그리고 아제르바이잔 등을 꼽을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소비예트 사회주의공화국연방이라는 이름의 소련은 대충 1백20여개의 민족을 얽어놓은 세계 최대의 연방국가체제로 돼 있다.

이중에서 형식상 독립공화국이 15개,이밖에도 자치공화국과 자치주 또는 자치구가 있다. 그러나 이들 독립공화국이나 자치공화국 또는 자치주ㆍ구는 명색에 지나지 않고,사실상 모스크바의 강력한 통제에 묶여있는 러시아제국의 일부일 뿐이다.

고르바초프의 개혁ㆍ개방정책으로 모스크바의 획일적 통제가 완화되면서 스탈린의 쇠사슬에 얽매였던 이들 각 민족의 민족감정과 이해관계가 여기저기에서 화산처럼 터지는 것은 따라서 당연한 노릇이다. 지난해부터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기 시작한 아제르바이잔 사태도 그런 유형에 속한다.

거의 정규전쟁 상태에까지 이른 아제르바이잔분쟁은 인종분규가 자칫 고르바초프체제 몰락의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론까지 낳게 하고 있다. 물론 아제르바이잔 사태도 스탈린의 강권통치의 산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사태는 기독교를 믿는 아르메니아인과 회교도인 아제르바이잔인의 싸움에서 시작됐으나,자칫 회교민족주의운동으로 발전 할 수 있는 만큼 고르바초프는 무력진압의 마지막 카드를 썼다고 볼수 있다.

10여 군데에서 터진 민족분규중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어쩌면 고르바초프의 개혁운동에 치명적인 결과로 발전할 수도 있는 것은 발트3국의 독립요구다.

이들 3개국은 이미 「사실상 독립」의 상태에 있다. 작년 5월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가 「경제적 독립」을 선언한 뒤,8월 3개국 수도는 2백만명의 거대한 「인간사슬」로 연결되는 평화시위가 있었다. 이중에서도 리투아니아공산당은 모스크바에 있는 중앙당과 손을 끊는다는 선언까지 내놨다. 지난 4일 「강력한 경고」를 전달하러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던 고르바초프도 빈손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발트3국의 독립운동에 대해 소련은 지난해 8월,1939년 스탈린과 히틀러의 불법적인 밀약을 시인한 만큼 더욱 어려운 입장에 있다. 그래서 옐친같은 개혁파는 발트3국의 독립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련내의 보수파들은 발트3국의 연방이탈이 그밖의 지역에서 도미노현상을 일으켜 소연방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입장에서 사태를 보고 있다. 보수파뿐만 아니라,고르바초프의 생각도 이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고르바초프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소련내의 독립공화국이나 자치권을 가진 소수민족에게 보다 큰 독립성을 주면서 연방을 유지하는 타협적 해결이다. 그렇다치더라도 발트3국의 독립문제는 이미 타협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아마도 발트3국의 사실상 독립,그리고 소연방 이탈은 모스크바측에 최소한의 체면을 살려주는 선에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독립운동이 과연 그밖의 소수민족에게까지 도미노현상처럼 번질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 문제는 우리로서도 관련되는 일임을 특히 지적해두고 싶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짐짝처럼 중앙아시아에 버림받았던 우리 핏줄의 문제다. 우즈베크와 카자흐에 집중적으로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은 그동안 갖은 핍박 속에 삶을 이어왔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운동과 함께 이들 사이에서도 자치권을 가져야 된다는 자각의 소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연방최고회의에서 소수민족문제를 다루고 있는 타라제비치위원장이 중앙아시아의 한인들에게도 「자치조직」이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는 보도를 우리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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