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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의 「장벽」/윤승용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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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의 「장벽」/윤승용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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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추위가 엄습한 19일 중부전선 비무장지대를 찾아나선 서울주재 외신기자단 70여명은 흥분과 기대감에 싸여 있었다. 북한측이 김일성신년사와 외교부기자회견,4백53차 군사정전위에서 『남한측이 영구분단을 노리고 인적교류를 막기 위해 전전선에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했다』고 한 주장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러 가는 길이었다.지난 13일 홍콩주재특파원 20여명이 북한의 초청으로 휴전선일대를 둘러보고 온데다 일부 기자들은 17일의 군사정전위에서 「남측의 장벽」이라고 북한기자들이 제시한 사진까지 보았던 터여서 남과 북중 누가 거짓말쟁이인지 궁금한 표정이었다.

기자들은 콘크리트 방벽을 살펴보며 「대전차방어용 방벽」이라는 설명을 듣고도 『어쨌든 사람의 왕래를 가로막는 인공구조물이 아니냐』고 북의 주장을 속에 깔고 질문을 계속했다.

외신기자들은 ▲베를린장벽과의 차이 ▲구조물이 김일성이 말한 장벽인지 여부 ▲남북한 관계도 동ㆍ서독처럼 변화할 수 있는지 등을 거듭 물었으며 쌍안경등으로 구조물의 크기를 살펴보면서 영하 20도를 넘는 추위에 아랑곳없이 신나는 구경거리라도 되는양 취재경쟁을 벌였다.

그들은 『방벽은 단순히 대전차용으로 개활지에만 설치된 것이며 5백m마다 탱크를 제외한 차량이 다닐 수 있게 폭 3m의 통로가 있다』,『북측은 우리보다 탱크를 2배 이상 보유하고 있는데 탱크 1대당 10억원이나 되지만 방벽은 ㎞당 2억원밖에 들지 않아 군비면에서도 경제적』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중부전선의 또다른 초소에서는 북측이 비무장지대에 방벽과 전기철책을 불법 설치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외신기자들은 북측 주장의 허상을 어느정도 깨닫고 돌아왔지만 그들의 자못 흥겨운 취재모습을 보는 우리 기자들의 마음은 편안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을 갈라놓은 저 방벽을 단순한 구경거리로 보는 파란눈의 호기심만 탓할 수는 없었다. 남과 북이 서로 경쟁하듯 국토를 동강낸 흉터를 보여줘야만 하는 현실이 무겁고 아프게 가슴을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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