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지방자치제는 출발하기 전부터 매우 혼란스럽다. 한쪽에선 연기론이 무성한데 한쪽에선 「사전선거운동」으로 각 지방은 벌써 뜨겁다는 소식이다.특히 설날을 앞두고 입후보예정자들이 연하장이나 인사장을 돌리고 벽보를 붙이는 등 얼굴 알리기에 부심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연기여부와는 관계없이 불법사전 선거운동은 과열되게 마련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사실이다. 그래서 윤관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20일 선거일공고 이전의 선거운동은 불법적인 사전선거운동이라고 규정하고 불법사전 선거운동사례를 적발,증거를 수집하라고 각급선거관리위원회에 지시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있을 법한 지시라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방자치제라는 엄청난 새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이 어딘가 어설프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여러 차례 밝혔듯이 29년만에 지자제를 다시 실시하기 위해서 관련 선거법의 마련이나 개정을 비롯,행정당국의 권한이양,관계직원의 훈련등 그야말로 할일이 많은데 이러한 절차와 준비가 진행된다는 말보다는 들리는 것은 연기론에다가 벌써부터 과열얘기만 무성하니 본말이 바뀌어도 단단히 바뀐 듯한 인상이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선거는 90년 6월30일 이전에,자치단체장의 선거는 91년 6월30일 이전에 실시한다고 못박고 있다. 물론 지방자치의 단계적 실시로 오는 2000년까지 97년만 빼고 매년 선거를 치러야 할 만큼 우리 국민과 정부는 벅찬 과제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부담이 우리가 민주화 과정에서 모처럼 얻어낸 합의인 지자제를 또다시 연기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 지자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혼선과 오해를 해소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며 그 임무는 정부와 집권당에 있다고 본다. 지나가는 말로 「연기요청」이니 「연기검토」만 흘려내보낼 것이 아니라 분명한 의지를 다짐하는 태도표명이 있어야 지자제의 준비자체와 지금 성급하게 일고 있는 사전선거바람을 적절히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현상을 방치한다면 우리의 선거 습성으로 보아 과열은 가중될 것이 틀림없고 그것이 모처럼 출발시키는 지자제에 대한 역기능만을 부각시키는 결과가 될지 모른다.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의 착근이며 지방정치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완성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초보적 훈련이며 시작이다.
여야는 지자제가 우리 민주화에서 갖는 의미를 백분감안해 빠른 실시에 보다 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며 유권자가 될 국민들은 모처럼의 새 제도가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는 데 일역을 담당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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