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 정부서 스탈린동상 철거… 무혈개혁 가능/쿠바 청년공산연맹등 권력기관까지 큰 불만/북한 주민통제ㆍ개인숭배ㆍ방송차단 더욱 강화동유럽 정치지도를 바꾸어 놓은 자유화 개혁의 물결이 고립주의 장벽속에서 스탈린식 강권통치를 고집하고 있는 몽고 쿠바 북한에까지 파급될수 있을 것인가.
최근 몽고와 쿠바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조짐은 미세하나마 조금씩 개혁의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음을 추측케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그런 조짐은 커녕 단속을 더욱 강화하는 움직임만 관측될 뿐이다.
▷몽고◁
공산당 정부는 17일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수도 울란바토르에 세워진 2개의 스탈린 동상 가운데 1개를 철거했다. 이 조치는 몽고정부가 국민들의 민주화 개혁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함께 그동안 집회를 금지해온 몽고당국이 오는 21일 반정부 단체인 몽고민주연합에 의해 주도되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승인했다. 이 집회에서는 철저한 스탈린주의자였던 전 공산당 지도자 체덴발의 재판회부 및 시장경제체제 도입 등 구체적인 개혁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정부가 제한적으로나마 이를 수렴할 경우 헝가리 유고 폴란드 등 동구권 개혁 선진국에서 진행된 무혈민주화가 몽고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은 크다.
1924년 이래 66년간 소련의 강한 영향권속에 있었던 몽고의 개혁기운은 익을대로 익었다는 것이 내외의 관측이다.
체덴발의 뒤를 이어 84년 바트문흐 정권이 집권한후 몽고에는 민족주의 움직임이 표면화 됐다. 고유문자가 중학 이상 학교의 정식 과목으로 부활됐고,고유문화 유산보호를 위한 문화기금이 설치되는 등 전통문화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공산정권 수립이후 침략자로 격하됐던 칭기즈칸이 「민족의 영웅」으로 복권됐다.
이같은 움직임은 88년 12월 몽고 공산당이 「몽고판 페레스트로이카」인 시네치엘(몽고어로 쇄신의 뜻)을 당 공식 정책으로 채택한후 본격화 된 것이지만,이제는 역으로 몽고 공산당 정부의 개혁 일정을 재촉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쿠바◁
최근 수개월간 동구권에서 발생한 대대적인 개혁의 영향으로 사회전반에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관영 언론들은 동구권에서 일고있는 변화를 거의 숨김없이 보도하고 있으며,일반 국민들도 개인끼리의 접촉을 통해 거리낌없이 카스트로 정권에 대한 불평을 토로하고 있다. 또 청년공산연맹 등 권력기관의 중심부에서까지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이달초 아바나 대학 수학과 학생 2명이 야당정치 조직 결성 및 동맹휴학 등을 모의한 혐의로 제적된 후 당국에 체포됐다는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가톨릭 교회측도 최근 정치ㆍ사회ㆍ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의 국민 참여 확대를 요구하며 『정부가 학생들의 주장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쿠바 인권위원회」등 쿠바의 반체제 인사들이 『동구 공산정권의 몰락 이후 카스트로 공산정권 지도부가 「공포상태」에 빠져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쿠바국내엔 아직 뚜렷한 반카스트로 또는 반공산당 노선을 표방한 조직적인 국민적 저항세력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북한◁
평양주재 외교관들은 『지난해 동구권의 대대적인 개혁운동이후 북한 당국은 주민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북한에서 루마니아식의 민중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서방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차우셰스쿠 처형이후 북한은 남한 방송 수신을 차단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외국 뉴스에 대한 통제를 한층 강화하는 등 북한 전역을 「완전히 폐쇄」했으며 김일성 부자에 대한 개인숭배에 보다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구국가의 한 평양주재 외교관은 『북한의 공산체제는 동구권과는 전혀 다른것』이라고 강조하며 『당분간 북한에는 반체제 인사를 자임하고 나설 정신나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낙후된 경제와 외교적 고립등 내외의 압력을 받고 있는 북한 당국은 오랫동안 「제국주의 원수」로 비난해온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모색하는 등 어쩔수 없이 세계정세의 변화를 수용할 움직임을 비치고 있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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