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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혁의 허실(개편바람 90년 정국: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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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혁의 허실(개편바람 90년 정국:11)

입력
1990.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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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토양 미흡 인위적 「선긋기」/“다양한 계층대변” 불구 양립 시기상조/상호관계도 아직 모호… 공화만 구분 적극정치권이 추진중인 정계개편의 논의구조를 이루는 큰축의 하나는 이른바 보혁구도로의 개편이다.

한국사회의 발전단계상 보혁논쟁이 적절한 것인지,또 이 구도에 의한 대비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과 별개로 정치권의 이같은 「선긋기」가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 공화당을 제외하면 어느정당도 섣부른 보혁구획의 언급을 피하고 있고 평민당의 경우 체질적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18일 김대중 평민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중도민주 색채를 표방함으로써 최소한 정치권의 큰 흐름속에서는 보혁의 갈래를 찾는다는 게 무리한 감도 없지않다. 이와관련,노태우대통령도 연두회견에서 『보수는 그런대로 전통이 서있다고 생각되나 혁신세력은 기반이 매우 미약하다고 본다』며 『우리 실정상 정계가 보혁의 두 산맥으로 나눠지는 구도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민주ㆍ공화가 신당창당으로 정계개편의 방향을 잡고 「온건중도 범민주」란 이름아래 보수세력의 결집을 표방하고 나섬으로써 보수대 혁신,또는 진보와의 대비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민정당도 그동안 간간이 흘려왔던 보수대연합 구상에 한층 무게를 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외견상 보혁의 색채대비가 강조되는 느낌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보혁구도의 원류는 60년대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후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민주화투쟁속에서 이 구도가 희석된 게 사실. 따라서 권위주의등 과거의 유산이 걸러진 지금 정당들이 본래기능에 따라 잠재된 사회세력의 이해와 갈등을 정리ㆍ대별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게 보수결속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나아가 작금의 이념적 갈등을 정치권이 소화해내고 계층적 이해를 대변하며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원론적 주장의 배경에 보수와 대비되는 혁신 또는 진보정치세력의 토양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게 사실이다. 또 결과적으로 민정ㆍ민주ㆍ공화대 평민의 이원적 구도를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편의주의적 구분』이란 지적과 비판이 적지않다.

때문에 이들은 보혁이란 용어를 애써 피하고 『인물과 지역성에 기초한 4당체제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정책과 노선에 따른 정계개편』 『자유민주주의 토대위에서 안정속의 개혁을 추구하는 중도세력의 결집』으로 의미를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논리를 따라가다보면 결국 일부 극우ㆍ극좌세력을 제외한다면 자신들의 세력권내에 진입하지 않는 모두가 강제적으로 범중도민주와 대비되는 위치에 설 수밖에 없게 돼있다.

실제 김종필 공화총재가 보혁구도를 누차 주장함에 따라 최근 공화당은 보수의 개념을 ▲민족역사와 문화전통에 대한 존경 ▲종교적 신앙과 전통적 도덕의 강조 ▲자유진영과의 유대강화및 국제화에 동조 ▲자유경쟁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 경제질서의 신봉으로 정리하고 이에 반대하는 세력을 혁신으로 유형화하는 무리한 논리전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보혁구도로의 정치사회질서 개편이 사회발전의 건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역사적 경험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보혁논의가 다분히 작위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는 반론을 뒷받침한다.

일부정치권의 과도한 보혁대비가 명백한 한계를 갖는 것도 여기서 비롯되고 있다. 다시말해 상대적으로 근로자 계층의 이해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들의 성향에 대한 충분한 검증작업없이 정치세력을 보혁으로 이분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범보수신당을 추진하는 야당의 한 중진의원이 『우리 사회에 중도민주세력과 진보세력,우파세력 등이 성장되어 있다』면서도 『보혁으로 양분하자는 게 아니라 정당이 서있는 계층적 토대를 일관성있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그는 작금의 보혁대비를 『상대적 관점에서 이해해 줄 것』을 주문했는데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어제의 진보가 오늘의 보수입장으로 변할 수 있는 만큼,예컨대 기업과 근로자중 어느쪽에 더큰 비중을 두느냐는등의 상대적 개념으로 보혁논의를 재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여당의원은 서독의 사민당과 기민당이 현격한 이념격차를 갖고 있지 않음을 예로 들면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무리한 보혁구도는 특정정당에 원치않는 이념적 색채를 강요할 우려가 있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따라서 현재 신당창당을 둘러싼 보혁논의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국가보안법 개폐등과 관련한 입장의 차이에서 출발하기 보다 계층적 이해에 대한 검토가 더욱 구체적으로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의미있는 혁신 또는 진보세력이 과연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느냐는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으며 보수와 진보간의 관계를 경쟁과 대립중 어느쪽에 싣느냐는 것도 설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연구에 의하면 굳이 보혁으로 유형화할 경우 노사관계와 지역적 문제에서 진보성향의 단초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정치권의 보혁구도 시도가 시기적으로는 그 정당성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기본방향은 다양한 계층의 이해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쪽으로 귀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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