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의당이 지난 15일로 창당9년을 맞았다. 9년전 창당당시에 비하면 너무 많이 변한것같다. 같은시기에 출범했던 제5공화국의 다른 정당(예를들면 민한당이나 국민당)은 이미 자취를 감춘데비해 민정당이 오늘날까지 집권여당으로서 명맥을 유지해왔다는것은 큰 변화가 없었던 셈이라고도 할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보면,야당이 그동안 서너번씩이나 이합집산을 통해 변신을 거듭해온 격동의 와중에서 민정당만이 살아남았다는것은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의 몸부림을 쳤다는 얘기가 된다.우선 사람만보아도 그렇다. 창당주역을 비롯,초기의 실력자나 핵심인사들은 이제 온데간데 없다. 전두환 초대 총재는 산사에 가있고 창당산파였던 권정달씨는 미국에간지 오래지만 아직 귀국하지못할 처지이고 창당준비위원장에 초대 대표위원을 지낸 이재형씨는 탈당하여 초야로 돌아갔다. 권익현 진의종 정래혁씨등 전대표들도 어디가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윤길중 박준규씨를 거쳐 기업인 박태준씨가 당을 관리하고 있는게 민정당의 오늘이다. 당시의 핵심인사들중 이종찬 이한동 남재희씨 정도가 건재하고 있는 셈이다.
위상은 어떤가. 조직 자금 파워등 모든면에서 막강 여당으로 압도적 지위를 누렸던 민정당은 12대총선부터 야당에 슬슬 밀리기 시작,13대에 와서는 여당은 여당이나 「야당보다 작은 여당」이라는 기이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여당은 분명 여당인데 힘을 쓰지 못하고 야당에 질질 끌려 다니는 딱한 운명에 처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개혁주도 세력으로 자처하면서 활기에 차있던 옛날에 비해 요즘의 분위기는 상당히 침체되어 있는것같다. 스산한 느낌마저 들정도이다. 마치 군대조직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그래서 「너무 굳어 있다」는 비난까지 받았던 민정당이 지금처럼 흐트러져 있는 모습을 보인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분열상이 노골화된것도 처음이다.
그러나 민정당의 숙원이라고 할수있는 민주화와 자생력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분위기는 자유경쟁을 유도할수있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좋을것같다. 문제가 있다면 강권정치를 낳았던 과거의 경직된 운영이지 지금의 자유스런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이분위기가 무질서와 혼란으로 가지 않고 질서있는 자유경쟁으로 당권을 창출하고 정권을 지향한다면 국민들은 다시 보게될 것이다. 사실 민정당은 6ㆍ29선언이라는 실적이 있기 때문에 민주화와 자생력이라는 측면에서 큰소리 칠수 있었고 바로 그 때문에 구사일생의 기회를 잡았던것이다. 박정희라는 개인과 운명을 같이했던 공화당과는 여기서 큰 차이를 발견하게된다.
또한 지금까지 민정당이 여당으로서 자리를 지킬수 있었던 것은 민정당자신이 잘했다기보다 야당의 고질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반사이익 덕분이라는 그럴듯한 풀이도 귀담아 들어야 할것이다.
앞으로 1년뒤 창당10년을 맞는 민정당의 모습은 어떤것일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