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제 수정ㆍ당독재 포기등 천명/민족주의 수용통해 변혁통제 뜻소 연방구성공화국들의 분리독립움직임과 민족간분규가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고르바초프공산당서기장은 연방제개편 약속에 이어 공산당 1당독재포기의사를 공식 표명,소련체제의 근본적 구조변경이 임박한 느낌을 주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13일 리투아니아 「선무」방문을 마치면서 다당제수용의사를 천명,그의 체제개혁구상이 공산당독재의 포기까지도 포함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 했다. 이로써 그는 이번 리투아니아방문에서 소련이란 국가의 기본틀인 중앙통제적 연방제와 절대적 조직원리인 공산당지도원칙을 모두 수정내지는 포기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시사했다.
고르바초프의 이같은 태도표명은 일견 더이상 저지할 수 없는 정치현실을 인정,원칙론 양보를 통해 변혁과정을 통제해보려는 전술로 볼 수 있다. 다시말해 발트 3국등의 독립요구와 정치적 다원주의의 대두를 누를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원칙적 정당성을 인정해주는 대신 그 욕구들을 합법적논의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구체적절차와 방향 및 변화의 속도를 조정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연방제와 공산당지도원칙은 위기상황에서의 대응전술차원에서 언급하기엔 너무나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리고 실제 고르바초프의 발언들은 국가의 기본틀과 조직원리에 대한 수정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미 「역사적전환」을 예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르바초프는 널리 홍보된 리투아니아방문을 통해 국가의 기본틀과 조직원리가 새로운 정치적이념과 욕구들에 의해 압도되고 있는 실상을 생생하게 소련인들에게 보여주면서 자신의 개혁구상을 제시하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르바초프가 분리독립과 다당제도입 등이 만병통치가 아니며,변혁의 「과속」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도 그같은 변혁이 「역사발전의 순리」임을 강조한 사실로도 뒷받침된다.
실상 고르바초프는 그동안 연방제 및 공산당지도원칙의 고수를 주장해왔지만,체제개혁의 기본구상속에는 이들 기존원칙의 수정이 예비돼있는 것으로 분석돼왔다. 무엇보다도 그가 표방하고 선도해온 「사회주의적 다원주의」는 공식적으로는 공산당내의 다원주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발트3국 등에서의 민족주의정치세력의 대두를 조장,이들 공화국공산당마저 민족적색채를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여러가지 조건이 상이하지만 동구권의 탈소ㆍ탈공산독재 묵인도 소련의 연방제수정 및 공산독재포기의 준비작업이란 분석이 당초부터 제기돼 왔다.
즉,고르바초프는 거대하고 완강한 소련체제의 변혁과업을 위한 동인과 명분 및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구변혁을 앞서 촉진,조종해 왔다는 분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동구변혁이 일단 마무리된 시점에 동구와 가장 근접한 발트3국에서부터 체제변혁이 가속화되고 이를 계기로 고르바초프의 개혁작업이 한층 심화되는 것이 당연한 순서인 것이다.
최근 리투아니아공산당의 탈소선언이 소련체제와 고르바초프개혁에 최대위기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고르바초프등 개혁지도부와 리투아니아지도부간에는 윙크를 주고 받고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다.
물론 현시점이 고르바초프개혁의 가장 중대한 전환점이라는 지적은 정확하다. 동구의 대변혁후 공산당내의 보수세력의 경계가 강화되고 있고,민족주의적 욕구는 아제르바이잔공화국과 아르메니아공화국간의 유혈인종분규에서 보듯이 체제안정자체를 위협하는 측면이있다. 발트3국과 그루지야등 소수민족공화국의 독립움직임의 반대편에서는 러시아공화국이 반동적국수주의로 흐를 기미가 보이고 있다. 레닌그라드시 공산당이 법질서확립을 외치며 「과잉민주화」에 제동을 걸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보ㆍ혁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리투아니아「선무」방문이 구체적 소득이 없었고,변방일부에서 유혈 인종분규가 재발한 것 등으로 고르바초프 개혁의 위기를 논하기는 어렵다.
역시 고르바초프는 이달말의 공산당중앙위 총회와 2월부터 시작되는 각공화국의 의회선거,그리고 가을의 당대회 등을 앞두고 「역사적 전환」을 위한 포석을 단행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강병태기자>강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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