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경영자혁명」 이론이 학계를 풍미한 적이 있었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버넘이 발표했던 이 이론은 산업화시대의 사회란 복잡ㆍ거대화한 생산수단을 현실적으로 운영하고,거기에서 생기는 성과의 분배에 대해서도 지도력을 가지는 경영자가 지배권을 쥐는 「경영자사회」라고 정의하고 이를 경영자혁명으로 불렀던 것이다.이같은 어려운 학문적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오늘의 사회에서는 현실적으로 경제가 실세라는걸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경제를 이끌어가는 전문경영자의 존재야말로 그실세의 핵심인것이어서 그들은 경제외의 분야에서도 쉽사리 막강한 손바람을 일으킨다. 결코 표면에 나서지않을 뿐이지 뒷자리에서 정치와 관료사회를 은밀히 움직인다는 소리마저 듣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때문인지는 몰라도 워싱턴 포스트의 리처드ㆍ코헨이 새해의 한칼럼에서 지나간 80년대를 상징하는 인물의 후보로 유명한 경영인 아이아코카를 풍자적으로 꼽았던게 생각난다. 코헨은 그를 꼽은 이유로 아이아코카야말로 단기적으로는 반짝 영웅소리를 듣고 길게봐서는 미국자동차산업을 구하지못해 고전하고 있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재산을 모은 경영인을 대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미국자동차공업의 국내시장점유율이 84년에 84%이던게 지금은 69%로 곤두박질했고 잇달아 해고사태가 빚어지고 있는데도 아이아코카가 연간봉급과 배당금으로 최고 2천만달러까지 받았음을 밝혔다. 이어 그는 아이아코카의 흉상을 80년대를 상징하는 박물관에 두기는 하되 일본자동차 다음자리에 둬야할 것이라고 따끔한 사족도 달았던 것이다.
그러고보면 현대가 아무리 경영자사회라지만 모두가 떠받드는 최고수준의 전문경영인으로서도 한번 기울어지기시작한 업계를 혼자힘으로써는 어쩌지 못할 정도로 현실이 어려움을 아울러 실감할수도 있겠다.
국내에서도 어려운 현실에 빗대어 『전국의 평론가화가 바야흐로 추진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가끔씩 들린다. 정치와 교육문제에 관한한 국민모두가 저마다 한두마디씩 하려는 과잉관심현상을 일컬음인데,이런 형편에서 누가 대표타자로 나와본들 스트라이크 아웃당하기 십상이 아니겠느냐는 한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집권여당의 전격적인 대표교체를 앞두고서도 인물난이라는 소리가 많았었던게 생각난다. 결국 영입된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는 철강생산 전문경영인이었다. 우리에게도 뒤늦게나마 정치에서마저 경영자사회가 도래한 셈이고 뒤에 앉아있던 사회의 실세가 전면에 부상했다고도 볼수 있겠다. 게다가 어색한 겸직마저 유례없이 허용할 정도의 황급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기업이 어려우면 구제금융을 해주고,유능한 전문경영인이 그 기업을 맡아 경영을 호전시키는 해결사 노릇을 하기도 한다. 우리 정치도 이제 경영자시대로 돌입했으니 철저한 경영전략으로 수렁에서 구제됐으면 싶다. 다만 그 전략이 타산적이고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을 포용한 것이기를 국민들은 지금 바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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