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당의 김대중총재가 북한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정가의 화제로 등장했다. 김총재가 무엇때문에 북한에 가겠다는 것인가,김일성을 만나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가,그의 북한방문 희망이 과연 실현은 될수 있는 것인가,이 시점에서 그의 북한방문 제의는 잘하는 일인가.김총재의 북한방문이 다른사람에 비해 더욱 비상한 관심을끄는 이유는 평민당과 그자신이 작년여름 서경원의원의 비밀 입북사건과 관련,심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좀더 멀리 거슬러올라가면 김총재는 남북문제에서 언제나 전진적인 견해를 공공연히 밝혔고 그때문에 반공일변도로 무장된 과거 정부로부터 사안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러한 김총재가 이번에 전격적으로 방북의 선수를 쳤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정가에서는 그의 독특한 정치적센스가 번득였다는 얘기도 나오고있다.
동구태풍의 다음행선지는 북한이 될 것인가하고 온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현시점을 택해 방북제의를 한 것부터가 우선 그렇다. 그리고 그동안 남북문제때문에 몰린 궁지에서 탈출하려는,특히 작년 공안정국에서 뒤집어쓴 혐의를 벗겠다는 적극공세의 계산도 있는 것 같다. 또한 가까이는 김영삼총재가 일으켜온 정계개편바람을 잠재우고 자신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효과도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제의 그 자체가 곧 실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총재자신이 얘기한 것처럼 우선 우리정부가 승인해야 한다. 청와대회담에서 노태우대통령이 보인 반응이 곧 방북허가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정부가 평민당과 김총재의 신청을 허가할 경우 남북대화는 기존의 각종창구에 정당간의 채널을 하나더 추가하는 셈이된다. 만일 제1야당인 평민당과 북한노동당간의 대화창구가 열린다는 것은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거기에 만일 김대중김일성회담이라도 성사된다면 남북대화의 주도권은 정부여당이 아니라 평민당과 김총재에게 넘어가는 셈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정부의 승인도 문제지만 북한이 수락할 것이냐는 더큰 문제인것 같다. 김총재는 동구바람을 보고 방북을 생각해냈겠지만 북한은 그 바람에 놀라 문을여는게 아니라 반대로 전보다 더 꼭꼭 걸어 잠그고 있다.
해외유학생들을 불러들이고 가까운 국내여행까지 규제하는등 철문폐쇄정책에 급급한 북한이 평민당과 김총재에게 어서 오라고 문을 열어 줄지는 극히 의문이다. 만일 문을 열어준다고 해도 공안정국에 시달렸던 평민당과 김총재가 김일성의 환대를 반는다고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평민당과 김총재는 이러한 여러가지 사항을 요모조모로 짚어본뒤에 구체적인 제의를 해야할 것이다. 정부의 승인이나 북한의 수락여부는 알바아니며 그냥 북한의 개방을 촉구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북한에 가야한다는 주장만 앞세운다면 그취지나 의도가 아무리 순수하고 정당하다 하더라도 나중에 무책임하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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