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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박기평… 실재 인물”/수사당국 추정 시인「박노해」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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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박기평… 실재 인물”/수사당국 추정 시인「박노해」정체

입력
1990.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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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고 졸업… 차량정비공 생활/83년 문단 데뷔… 집단공동창작설도얼굴없는 노동자시인 「박노해」는 누구인가. 실재인물인가,아니면 가공인물인가.

안기부가 지난12일 「노동해방문학」발행인 김사인씨(34)와 이 잡지에 매달 장문의 글을 기고해온 박씨 등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섬으로써 새삼 박씨의 정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기부의 이번수사는 「얼굴없는 용의자」를 검거하겠다는 셈이어서 추리소설을 읽는것같은 흥미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씨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83년말께로 당시 80년대 문단에 새바람을 몰고왔던 「시와 경제」라는 시동인지의 제2집에 박노해라는 필명으로 「시다의 꿈」 등 시를 발표하면서부터.

박씨는 그후 84년9월 풀빛출판사에서 시집 「노동의 새벽」을 발간,시인으로 데뷔했는데 이 시집으로 88년1월 실천문학사제정 「제1회노동문학상」을 받았으며 시집도 매월 1천여부씩 지금까지 7만여부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노해」라는 이름부터가 「노동해방」을 줄인것으로 알려진 박씨에 대해서는 그동안 ▲처음부터 실재하는 인물 ▲공동창작집단 ▲처음에는 개인이었다가 후에 공동창작집단을 만들어 박씨가 대표집필한다는 3가지설이 엇갈렸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이미 박씨의 실제 인적사항과 주요활동반경 등 주변수사를 모두 마친뒤 수사에 나선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과 박씨의 측근들에 의하면 박씨는 본명이 박기평으로 58년 전남 고흥의 빈농 가정에서 태어나 중학을 졸업한뒤 상경,S상고야간을 졸업한 실재인물로 알려졌다. 박씨는 야간학교에 다닐때 이미 성직자인 형의 영향으로 경동교회 등에서 운동권학생들로부터 의식화학습을 받았다.

박씨는 이때만난 E여대출신 약사와 지난82년 결혼했으며 그후 부천 대우자동차공장과 안양 안남교통에 입사,기능공으로 일했다. 안남교통에 정비보조로 입사한지 8개월만인 85년2월 대형운전면허를 취득한 박씨는 그해11월 노조위원장에 출마했으나 「취업카드철폐」「휴일 근로수당지급」 등 강경구호를 내건 그를 수상히 여겨 신원조회에 나선 회사측에 의해 출신학교를 속였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이때 함께 활동한 동료기사들에 의하면 박씨는 키가작고 마른 체격에 구레나릇을 길렀으며 총명해보이는 눈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인상이어서 선후배 동료들로부터 「신의있고 똑똑한사람」으로 인기가 높았다는 것. 특히 안내양들의 고충을 잘 이해해줘 「공주」라는 별명으로 불리기까지했다.

해고된 박씨는 마침 당시 운동권을 들쑤셔놓은 C­N­P논쟁(시민민주혁명,민족민주혁명,민중민주혁명론논쟁)을 접하며 NDR를 추구했던 CA그룹(제헌의회그룹)에 공감,CA계열의 노동단체인 「서울노동운동연합」기관지에 시를싣는 등 정치적 노동운동모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서노련이 당국에 의해 해체된후 박씨는 86년6월 수배를 받게됐고 수배기간에 본격적인 사회과학공부를 통해 독자적인 혁명이론을 체계화한뒤 87년말부터 신문ㆍ잡지 등에 논문 등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특히 87년11월 대통령선거당시 민중후보수락을 거부하던 백기완씨에게 「대통령후보수락 호소문」을 보냈고 지난해 4월 「노동해방문학」이 창간되자 전대협의 비폭력노선을 비난하는 「비폭력노선은 민중에 대한 테러이다」를 비롯,정세분석,김우중회장의 자전적 에세이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에 대한 반박문,노대통령의 가려진 이미지폭력 등을 잇달아 발표,화제를 모았다.

출판사측은 안기부가 김사인씨를 박씨로 보는데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박씨는 매달 워드프로세서로 쓴 원고를 심부름센터 등을 통해 보내오고 사람을 시켜 원고료를 받아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박씨의 집필량이 월평균 3백여매나 되는데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즉각대응하는 논문을 한 개인이 작성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김우중회장에 대한 반박논문에서 『동료들과 한달여동안 당신의 책을 분석했다』고 밝힌 점 등으로 미루어 박씨를 중심으로한 창작집단이 있으며 박씨가 대표집필하는 것으로 보고있다.<윤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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