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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못가는 사람(장명수칼럼: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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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못가는 사람(장명수칼럼:1308)

입력
1990.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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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머니가 딸의 대학합격을 기뻐하면서 딸과 함께 치른 지난4년의 고통을 말해주었다. 그들의 고통은 일반적으로 입시생들이 치르는 고통보다 훨씬 심했다.그 학생은 상위 20%에 들어가는 연합고사 성적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입학한지 며칠후 담임선생님이 『너희들중에서 대학에 합격할수 있는 사람은 잘해야 10명정도일 것이다. 그러니 정신차려 열심히 공부해라』라고 훈계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나는 대학에 못갈테니까 언니 오빠들에게 처럼 기대하지 마세요. 나는 대학에 갈수없을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밤을 새워 열심히 공부하기도 했으나 성적이 오르지않자 불안상태에 빠졌고,1년만에 휴학하지 않을수 없는 정도가 됐다. 『아직 고3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성적을 올릴수 있을것』이라든가 『대학에 못가도 다른길이 있다』는 등의 말로 가족들이 위로했으나 그는 부담스러워 할 뿐이었다.

1년을 쉰후 그는 복학했고,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공부했으며,올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다. 어머니는 『큰아이들이 일류대학에 합격했을 때보다 이번에 더 기뻤다』고 말하고,우악스러웠던 담임선생님의 훈계를 뒤늦게 원망했다.

그 자리에 있던 어머니들도 일제히 그 선생님을 탓했고,선생님들이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심한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반에서 잘해야 10명정도가 대학에 갈수있다』는 담임선생님의 겁나는 훈계가 사려깊지 못했다 할지라도,문제는 그 말이 겁을 주기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점에있다.

어머니들은 상위권 10%나 20%에 속한다면 결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라고 할수없고,어머니들 시대에는 넉넉히 대학에 갈수 있었는데,요즘에는 그 수준의 학생들이 휴학을 해야할 만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고통스런 강행군 끝에 대학에 들어갔다해도 졸업한 후에는 어디에 취직을 할 것인가,날로 늘어나는 대졸실직자들 속에 내 아이가 안들어가리라는 보장이 있는가,그때는 또 무슨 과외공부를 시켜야할 것인가라고 어머니들은 끝없이 걱정했다.

최근 전문대졸업생들이 취직이 잘되자 대졸자들이 다시 전문대에 입학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는데,이런 어이없는 현상은 긍정적인 일면을 갖고 있기도 하다. 고등학생들과 부모들은 대학이외의 곳에 다양하게 눈을 돌리고 각급학교들은 대학에 갈수있는 10%보다 갈수없는 90%의 진로교육에 더 신경을 써야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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