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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화살에 「양식있는 굴복」/재벌 골프장건설 백지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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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화살에 「양식있는 굴복」/재벌 골프장건설 백지화 의미

입력
1990.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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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기업 긍정적 변신 가능성 보여삼성 럭키금성 한국화약 동아 코오롱등 5개재벌그룹 골프장건설 추진파문의 백지화종결은 기업이 끝까지 몰가치적 이익을 고집하지 않고 「소망스런 굴복」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기업역시 사회적 존재로서 여론을 전혀 무시할수는 없기 때문에 할수없이 밀린 굴복이기는하지만 「굴복」치고는 상당히 자기의지가 표시돼 있는데다 고수보다는 굴복을 택한쪽이 전환기에선 한국경제에 훨씬 희망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소망스럽게 비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커다란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들은 재벌들이 한차례 따가운 여론의 화살을 집중적으로 받다가도 얼마간의 시일이 지나고 나면 여론은 가라앉고 재벌들은 그때가서 실속을 챙길수 있었던게 일반적이었다.

더구나 이번의 경우엔 법규정상의 별하자도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법적 정당성과 재벌의 막강한 로비력이 합쳐지면 도덕적ㆍ경제정의적 정당성은 충분히 잦아들게할수 있었던,아주 확실한 게임이었다.

맨처음 자진철회 의사를 밝힌 삼성은 발표문에서 『보다 생산적인 자원배분을 지적하고 있는 여론을 존중하여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현재 계획중인 용인자연농원안의 18홀규모 골프장부지가 70년대초 자연농원 개발당시 취득한 것이어서 신규부동산투기와는 분명 성격이 다른 것이라고 전제,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진철회하겠다는 얘기였다.

삼성은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은행감독원의 골프장 승인단서 조항에 완공후 2년내 매각이 포함돼 있어 자연농원안의 땅을 다른사람에게 팔수 없다는 사정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이 올해의 그룹 캐치프레이즈를 「국민적기업」으로 잡는등 나름대로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기업이 되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이건희회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으면서까지 돈벌 생각은 없다』고 누누이 얘기해온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삼성이 자진철회를 밝힌 9일은 이회장의 48번째 생일이어서 이번 백지화가 「생일날의 결단」으로 회사내에서는 얘기되고 있다.

뒤이어 10일엔 럭키금성 동아 코오롱도 그룹고위층이 속속 철회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골프장 예정부지는 삼성의 경우엔 그대로 자연농원이 되고 럭키금성과 동아는 임직원ㆍ주주 명의로 사둔것이므로 매각하거나 다른 용도로 쓰여지게 된다. 코오롱은 골프장 허가권을 다른 업체에 팔아 그 건설만을 코오롱건설이 맡는 방안을 추진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그룹은 자진철회를 하면서도 이를 못내 아쉬워했다. 특히 갈수록 골프사교가 사업에 필요한데 골프장이 없어 큰일났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현대와 대우가 골프장을 갖고있지 않으며 대우 김우중회장은 골프를 전혀 치지 않고있다. 개인적으로 너무 바쁜 탓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골프사교 필수론은 꼭 맞는게 아닌것이 확실하다.

기업들의 이번 결정이 딱히 투기와 인연을 끊고 생산활동에만 전념하겠다는 징표로 받아들여지고는 있지 않다.

제비 한마리가 날았다고 여름이라고 할 수 없는데다 그동안 국민들의 신뢰도가 워낙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적어도 기업들의 생리가 바뀌어가는 출발점만큼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의 재벌들의 모습을 통해 이번 백지화 결정이 마지못해한 「강제적 자진철회」인지 「변신을 위한 스스로의 선택」인지도 판가름할수 있을것이다.

이번 골프장 파문이 일단락됨으로써 그동안 보류되던 새 여신관리시행 세칙도 곧 시행돼 은행빚이 1천5백억원이상인 기업의 대규모토지소요사업(목장 골프장 등)진출이 금지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자금의 비생산부문 유출을 막기 위해 대기업에 은행돈이 대출된 이후 마지막까지 제 목적에 쓰여졌는지를 점검할 방침으로 있다.

어차피 기업이 사유재산이라고 해서 돈을 아무데나 마구 쓸수있는 공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가진 힘 정도면 여기에 충분히 저항하고 피해갈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실 기업의 부실화 이외의 다른 것이 될수 없다는 점에서 기업의 생산활동전념이 요구되고있다. 이렇게되면 한국경제의 전환기극복과제는 출발선에서 커다란 짐을 벗게되는 셈이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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