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하게 칼부림 “예사”/소리칠 엄두도 못내… 안다치는게 다행/남들이 보건말건 범행소매치기와 강도의 차이가 없어졌다. 「빽따기」 「안창따기」 등의 「기술」로 피해자 모르게 금품을 털어가던 소매치기들이 요즘은 남들이 보건말건 가방과 호주머니를 뒤지고 흉기를 휘두른다. 한번 걸렸다하면 몸을 다치지 않는 것만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지경이다.
이들은 시내버스 지하철정류장 주변에 백을 메고 혼자 서있는 젊은 여성들을 주로 노리지만 호주머니 깊숙이 돈을 넣고 다니는 남성들도 그 돈이 자기돈이라고 생각 할 수 없게 돼버렸다.
주부 이경미씨(32ㆍ서울 동작구 사당동)는 지난해 10월9일 하오4시께 총신대앞 89번 시내버스정류장서 20대 4명에게 둘러싸였다. 1명이 다리를 손으로 툭쳐 『왜이러느냐』고 겁에 질려 항의하자 이들은 빙글빙글 웃으며 포위망을 좁히더니 버스를 타려는 이씨의 눈을 손으로 가리고는 승객 30여명이 지켜보는데도 32만원상당의 금목걸이를 벗겨 달아났다. 이씨는 반상회때 그 정류장에서만 주민 3명이 소매치기를 당한 사실을 알고서야 「늘 있는일 아니냐」는 식이던 승객의 표정이 이해가 됐다고 한다.
잠실 주공5단지의 주부 홍모씨(35)도 지난해 8월14일 낮12시께 아파트앞 버스정류장에서 현금3만원,백지가계수표 1장을 소매치기 당했다.
홍씨가 버스를 타려할 때 앞서타던 20대남자가 운전사에게 『어디까지 가느냐』며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동안 뒤에있던 20대 4명이 등을 밀며 『빨리 타라』고 재촉하는 척 했는데 타고보니 이미 손가방을 털렸던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중인 이주환양(24ㆍ도봉구 미아동)은 구랍23일 하오2시께 지하철 동대문역에서 수첩을 소매치기 당했다가 되찾은 일이 있다. 4호선에서 내린 이양이 지하철을 갈아 타려고 계단을 올라갈 때 행인 1명이 『저사람들이 아가씨 핸드백을 뒤지고 갔다』고 커피자판기 앞에서 히죽거리는 남자 5명을 가리켜 핸드백을 살펴보니 신분증이 든 수첩이 없었다.
이양이 겁에 질려 말도 못하고 이들 주위를 맴돌자 그중 1명이 다가와 귀찮다는 표정으로 『저쪽 쓰레기통에 있어. 돈도 없던데 뭘』하고 알려주었다. 이양은 쓰레기통을 뒤져 수첩을 찾은뒤 자신이 죄를 지은 것처럼 달아났다.
서울 모국교 여교사 안모씨(29)는 지난해4월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나갔다가 현금 2만원,의료보험카드,교원수첩을 소매치기 당했다. 며칠 뒤 카드는 학교에 우편으로 배달돼 왔는데 『한번 만나자』는 편지가 동봉돼 있었다. 안씨는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한채 소매치기가 자기를 감시하는 듯한 불안감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회사원 김정애씨(27ㆍ여)는 두번이나 당했다. 지난해 8월 여의도 원효대교 진입로부근 지하도를 지날때 핸드백을 건드리던 일당3명은 다른 행인이 없자 아예 팔을 붙잡고 위협,17만원을 빼앗고 『나중에 전화해. 갚아줄게』하고 놀리기까지 했다.
김씨는 3개월뒤인 지난해 11월에도 마포 서울가든호텔 앞길에서 택시를 잡다 현금 9천원을 털린 뒤부터는 돈을 책갈피에 숨겨갖고 다닌다.
소매치기들은 범행이 발각되면 흉기를 꺼내든다. 지난해 11월20일 서울 강서경찰서앞 버스정류장에서 학원강사 김금례양(25)의 핸드백을 뒤지던 30대 4명은 김양의 남자친구 강희택씨(25)에게 들키자 강씨를 칼로 찌르고 달아났다.
서울 시경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한달동안에만 지하철소매치기 2백67건이 적발돼 3백68명이 검거되고 그과정에서 경관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하루 9건 꼴로 범죄가 발생한 셈인데 범행순간을 보고도 소리칠 엄두를 못낼만큼 소매치기도 흉악범이 돼버렸다.<신윤석기자>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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