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후유증 본격부상 시작할때/민족분규ㆍ경제난ㆍ코메콘등 산적/“「고」몰락 전환점” 성급한 분석도5일 동경을 비롯한 세계주요증권시장에 충격을 몰고온 고르바초프 소공산당서기장의 「실각설」 소동은 단순한 외빈접견일정의 조정이 와전돼 빚어진 것으로 밝혀졌으나 고르바초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그만큼 심각한 상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소동은 고르바초프가 1월중으로 예정됐던 닐ㆍ키녹 영노동당수와의 회담을 「국내문제」때문에 취소키로 했다는 소식이 모든 외국지도자와의 회담을 취소한 것으로 와전되면서 「실각설」로 까지 확대,전파됐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고위보좌관인 체르나에프는 고르바초프가 1월중 케야르유엔사무총장등 10여명의 외국지도자들로부터 회담신청을 받고있는 상태에서 국내문제에 전념키위해 일부일정의 연기가 불가피했던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소동은 어떻게 보면 고르바초프의 국제적 위상이 한껏 고양된 상태임을 입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과거에도 소련최고지도자의 사소한 이상동정이 즉각적인 사망 또는 실각설을 낳곤 했으나 이번처럼 증권시장에 충격을 가한 경우는 드물었었다.
다른 한편으론 고르바초프의 정치스타일에 대한 무지에서 이번 소동이 빚어졌다고도 할수 있다.
고르바초프는 집권이래 내정과 외교부문에 번갈아 초점을 맞추는 기동력을 과시하면서 두부문에서의 성과를 절묘히 연결하는 정치술을 보여 왔었다.
그러나 어쨌든 실각설소동을 초래할만큼 갑작스런 고르바초프의 운신은 급박한 과제들에 둘러싸여 있는 그의 처지를 노출시켰다고 할수있다.
일부 외부관측통들은 고르바초프가 소연방자체의 와해위기에 몰려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것을 과장이라 하더라도 역시 당면과제는 연방구성공화국에서의 이탈움직임에 대처하는데 있다.
고르바초프의 보좌관 체르나예프도 고르바초프가 최근 중앙당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리투아니아공화국의 공산당지도자들을 설득키위해 오는 10일 리투아니아공화국 수도 빌니우스를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르바초프는 이어 이달말 리투아니아공화국문제를 논의하기위해 당중앙위긴급회의를 소집할 예정인것으로 밝혀졌다.
리투아니아공화국뿐 아니라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등 발트3국은 모두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이미 선언했거나 할 예정이며 연방공화국중 유일한 회교공화국인 아제르바이잔의 분리주의자들은 이웃 이란과의 국경선을 허물어뜨리면서 강력한 독립요구시위를 벌여 유혈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소연방 15개국중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곳은 러시아공화국뿐인 실정이다. 또 지난번 구성된 의회격인 인민대표대회에서는 야당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대두,공산당의 일당독재를 규정한 헌법6조를 폐기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었다.
이런상황에서 설상가상격으로 경제사정은 호전되지 못하고 극심한 소비재부족과 인플레가 가중되고 있다.
소련은 인플레억제를 위해 세출을 삭감하는 계획을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적자기업에 대한 보조금철폐,불요불급한 국가투자중지,국방비와 우주개발비 삭감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 국민들의 불만을 무마키 위해 지난해 경제계획에서 소비재생산증가율을 6%로 잡았으며 국방관련산업에서 소비재를 생산토록하는등 긴급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긴급대응책에도 불구,경제상황은 전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동구권국가들은 코메콘(공산권경제상호원조회의)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서는등 소련의 대외경제관계에도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코메콘회원국들은 오는 9일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회동,코메콘체제의 중추인 회원국간 분업체제지양과 루블화의 결제수단지정폐기등을 논의할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의에서는 또 EC(유럽공동체)및 EFTA(유럽자유무역연합)와의 경제협력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된다. 따라서 고르바초프는 대내문제대처와 함께 코메콘회의를 준비하는 데에도 적잖이 역점을 둬야할 형편이다.
서방의 일부 관측통들은 현시점을 고르바초프 자신이 주도한 대내외변혁의 후유증들이 본격적으로 부각돼 고르바초프를 몰락의 길로 몰고가는 전환점이라는 극단적 진단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고르바초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개혁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돼 있었고,예상됐던 것들이다. 따라서 「정치천재」 고르바초프뿐만 아니라 소련의 개혁지도부 모두가 이 난관의 타개를 위해 오랫동안 대응책을 연구,모색해왔다고 봐야 할것이다. 역사적 개혁장도에 나선 거대국 소련의 지도 세력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예견하지 않는 무모한 실험을 시작했다고 볼수는 없다.
오랜 모색끝에 개혁정책의 골격을 마련하고서 고르바초프를 그 추진주역으로 선택한 소련의 지배세력들이 이제 막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개혁대업」을 반환점에도 못간 시점에서 포기할리는 없는 것이다.
『말을 갈아탈리도 없고,말을 갈아타더라도 결국 「또다른 고르바초프」외엔 대안이 없을것』이라는 지적대로 고르바초프와 소련의 개혁은 아직도 초창기의 돌진상태에 있는 거대하고 장구한 실험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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