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민정당 대표위원이 될 것인가라는 추측기사가 만발할 때 민정당의 인재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전력따지고 능력따지고 고향까지 따지면서 이사람 저사람 제쳐놓다 보면 도대체 쓸 사람이 남지 않는다는 것은 당정개편때마다 부딪치는 문제지만,이번에도 노태우 당총재의 고민이 컸으리라 짐작된다.새대표위원이된 박태준의원은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포철신화를 창출한 기업경영인으로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인물인데,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민정당으로서는 한가닥 회생의 기대를 걸만한 색다른 대표위원을 맞은 셈이다.
5공 6공의 여당으로 10여년을 버텨온 정당이 표류끝에 기업경영인의 솜씨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게 되었다는 것은 좀 어색하게 보이지만,지금 어색함을 따질 처지가 아닐 것이다.
박태준 대표위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은 기대와 우려가 반반이다. 세계 제철산업사상 가장 성공적인 예로 꼽히고 있는 포항종합제철의 창설과 성장은 박태준회장과 분리해서 생각할수 없을 만큼 그의 기여가 컸으며,밤낮을 가리지 않는 그의 추진력이 포철의 오늘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박정희대통령이 조국근대화라는 꿈을 강력한 독재체제로 추진해가는 동안 박태준회장은 철강왕국의 꿈을 쫓는 또 하나의 독재자로 포철에 군림했다. 68년 창립된 포철은 20년만에 생산능력 연 1만톤으로 자유세계 5위(단일제철소로는 1위)의 제철기업이 되었고,한국공업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철강황제 박태준」의 추진력과 독재에 얽힌 숱한 일화들은 포철의 성공이 워낙 신화적이었으므로 함께 신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박대표위원은 민주화시대의 여당을 이끌어가야할 정치지도자로 국민앞에 서게됐다. 민주정치란 그에게 낯선 경험일지도 모르나,황무지에서 기업을 세계의 기업으로 일구었던 20년의 남모르는 고난속에 민주정치의 지혜가 배어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민정당은 좀더 강력한 여당으로 거듭나야 할것이나 일사불란함으로 강력해져서는 안될 것이다. 철광석이 용광로를 거쳐 순수한 쇳물로 쏟아져 나오듯 수많은 의견들을 종합하고 수렴하는 민주적인 기능을 살려야 한다.
민정당이 그 어느때보다 민주적인 자생력을 필요로하는 시기에 맞은 「철강황제」출신의 대표위원이 정치에서 또 하나의 꿈을 키워갈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는 「철은 곧 국력」이라는 철에 대한 신앙심으로 포철을 이끌어 왔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이제 「민주화된 여당이야말로 참다운 국력」이라는 새신앙심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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