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떠난 보수연합” 충격구상/“평민과 통합은 불가” 결심 굳혀/내부선 실현성 회의론… 김 총재는 일부 이탈 각오한 듯정계개편으로 상징되는 90년도 정국은 초반부터 김영삼 민주당총재가 스스로 변수로 등장했다.
김총재는 4일 TV인터뷰와 5일 당시무식 인사말을 통해 『지자제실시 이전에 정계개편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총재의 이 말이 나오자 소속의원과 당직자들은 『김총재가 일대 정치적 도박을 하고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며 곧 김총재의 구상이 무엇이며 자신들의 진로를 어떻게 정하느냐를 놓고 분주한 셈을 하기 시작했다.
김총재의 정계개편 구상은 이미 작년 9월 김종필 공화당총재와의 첫 골프회동에서 싹트기 시작했으며,12ㆍ15 청와대대타협을 결심할 때 이미 마음을 굳혔을 것이라는 게 김총재와 접촉한 의원들과 측근들의 관측이다.
그러면 김총재가 마음속에 그리는 정국구도는 무엇인가.
지난연말 김총재는 『4당구조는 안된다』 『분당은 천추의 한』이라는 두마디를 통해 그의 구상을 좀더 구체화시켰다. 이같은 표현은 김대중총재로 대표되는 평민당과의 원상회복 성격의 야권통합은 안된다는 선언이자,김 공화총재와 함께 「정국의 틀」을 새로 만들겠다는 구상인 듯하다. 김총재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 복안을 밝힌 바없지만 당내에서 공화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그러나 김총재 측근들은 공화당과의 통합은 차선의 방안이고 종전의 여야개념을 뛰어넘는 정치질서의 재편일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구태여 얘기한다면 범온건보수정당의 출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김총재의 정계개편 구상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는 황병태총재특보는 「헤쳐모여」를 기본으로 하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고 김총재의 오랜 측근인 김덕룡의원은 『새로운 정치구도의 틀일 것』이라고 전망하는등 김총재는 모험적인 승부수를 던지고 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의원은 『김 공화총재와는 깊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12ㆍ15영수회담을 계기로 원내외 중진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정계개편문제를 타진했고 4일 이기택총무와 신상우보사위원장에게도 의견개진을 요구했다는 것. 신위원장은 『김총재가 민정세력까지 포함하는 범보수 결집으로 마음을 굳힌 게 분명하다』며 『민주당이 정계개편 회오리의 핵으로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총재 참모중 한사람인 강인섭부총재도 『김총재의 정계개편 구상이 공화와의 통합이 계기가 되겠지만 범위는 더 넓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총재의 범보수통합 정계개편구도는 제3당총재로서 정치적 역할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승부수라고 그의 측근은 물론 많은 의원들이 수긍하는 것 같다. 이 경우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김총재에게 맡기겠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지만 『4당구조하의 3당 역할에는 진력이 나있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고 김총재는 이같은 분위기를 잡으면서 자기의 구상으로 당을 몰아가려는 심산인 것 같다.
김총재의 정계개편구상은 우선 현 4당구조대로 갈 때 93년의 대권은 고사하고 차기총선및 올해의 지자제선거에서 민주당은 참패할 것이며 정국은 「정치적 통합력을 잃은」 민정과 평민의 대결 또는 협력구도로 간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정치인으로 정국안정을 위해 범보수단결에 기여했다는 정계원로로서의 책임의식도 그의 정치생명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민주당의원들은 박준규 전민정당대표의 「발전적 해체론」이 김총재의 정계개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있으나 민정ㆍ평민과의 관계,민정당 내부문제 등으로 김총재의 범보수통합은 당장 어렵고 공화당과의 통합은 중간단계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김총재의 한 측근은 『뿌리를 생각할 때 공화당과의 관계는 문제가 없는 게 아니나 국민 절대다수의 정치적 안정 희구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생각할 때 민주당의 정통야당성과 공화당의 집권경험의 결합은 아쉬운 대로 국민들에게 집권대체 세력의 이미지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계개편 추진세력은 게다가 우리나라에서의 집권 필요조건인 군부ㆍ관료조직ㆍ기업인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이같은 정계개편구도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있는 듯하다.
특히 5공청산이 끝난 상태에서 정계구도가 민주대 반민주,반독재투쟁은 이미 빛이 바랬기 때문에 과거의 여야개념을 탈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통야당임을 자임해온 민주당이 김총재의 정계개편 구도대로 움직여줄지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공화당과의 통합가능성 보도가 나가면서 당내에는 여러가지 잡음이 일고있으며 심지어 『민주당이 여당이 됐다』는 분개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평민ㆍ민주의 통합을 외쳐온 소장파들의 불만이 고조.
또 중진통합파로 분류되는 최형우 황낙주 김정수의원들도 표면상 김총재구상에 회의적인 사람들이다. 이기택총무는 『김총재의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며 논평을 유보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김총재가 범보수통합으로 나갈 때 새 야당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 새야당의 태동을 진맥하는등 정치적 생존방법들을 강구하는 모습들이다.
이같은 어지러운 당내 움직임속에 김총재 측근이나 신중한 중진의원들은 김총재의 개편구상에 반기를 들고 나가기에는 시대적 여건ㆍ정치적 여건이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뚜렷한 구심점 없이 우왕좌왕 하다가는 정치적 미아가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김총재가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고 독려할 때 이탈자는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며 김총재 또한 어느정도 이탈자는 각오하는 것 같다.<김수종기자>김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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