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한반도 차례인가」며 해외의 언론은 뜻깊은 질문을 던진다. 새해 남북한 관계는 변화가 생기거나 불변이거나의 갈림길에서,국내외의 대단한 관심거리로 등장할 것임이 틀림없다. 지난해 동유럽의 급변이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 것은 너무나 확실하다.북한을 지배하는 김일성의 현실 인식은 여전히 완고하다. 우리식대로 산다는 「주체의 사회주의」에 집착하고 그 예찬을 강화하면서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그의 신년사는 위기와 고립감을 교묘하게 은폐하면서 완매함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김일성의 신년사엔 통일문제 해결을 위한 「결정적 구국대책」을 떠들어대면서,자유왕래와 전면개방을 실현시킬 남북한 최고위급 협상을 제의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러면서 아주 간교한 정치선전의 함정을 파놓았다. 있지도 않은 휴전선 남쪽의 콘크리트장벽을 철거하라는 것이다. 그는 베를린장벽이 무너져내리는 역사의 순간을 보면서 매우 놀랐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궁리 끝에 둘러댄 것이 허구의 휴전선 콘크리트 방벽의 철폐다. 이쯤되면 누가 무엇을 속이려는지는 삼척동자라도 쉽게 알 만하다. 이것이 과연 구국대책인지 정치선전인지는 금방 간파된다.
그러나 우리는 김일성의 완고한 신년사에서 북한의 초조감과 고립감을 꿰뚫어볼 수 있다. 「적들의 공세가 우리 공화국에 집중된 준엄한 환경」이라는 말은 긴박한 현실의 고백이라고 들어도 무방할 것이다.
북한당국은 이제 구태의연한 정치선전의 전술은 지양할 때가 됐다. 장벽을 허물자는 황당무계한 주장으로 「주체」의 유지는 불가능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현실 인식의 변화이다. 남들과 자유왕래를 하려면 먼저 북한내의 자유왕래를 허용해야 한다.
북한당국에 묻는다. 자유와 인권이 무참하게 억압된 수용소 군도가 주체의 공화국인가. 이것이 제국주의의 모함이라면 그것을 반증할 자체와 내부의 개방은 무엇 때문에 주저하는가.
이 단계에서 남북관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구축임은 입이 부르트게 주장되어온 바이다. 이미 열려 있는 대화의 통로를 왜 크게 열고 활성화시키지 못하는지 그것이 몹시 궁금하고 답답하다. 이산가족의 생사와 안부,그리고 재회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교류마저 실현되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울분과 비애만이 쌓이는 현실이다.
쉽고 기초적인 것부터 풀어가자는데 여기엔 귀를 틀어막고 딴소리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보기 바란다. 무엇보다 북한동포를 더이상 속이지 말아야 한다. 남한이 반통일 행동을 한다는 비난은 눈가림에 불과하다.
우선 교류의 창을 열자. 그러면 대문의 빗장도 풀어질 날이 빨리 온다. 자랑할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 사이가 동포의 관계가 아닌가. 어려울수록 쉬운 수순을 따르는 게 현명하다.
우리는 북한 당국에 간곡히 원한다. 앞으로의 남북대화엔 한마디 한마디에 진실을 좀 담아가기를 바란다. 어떻게든 북한은 변할 것이다. 그것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도 한층 가다듬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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