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예금 보름새 1억5천만달러 늘어/기업선 조기수입ㆍ지연수출로 해외부문 1조 환수지난 3년간 계속 떨어지기만 하던 환율때문에 기업과 은행 등에서 천대만 받아왔던 달러가 최근의 환율상승(원절하) 추세를 타고 다시 귀빈대접을 받으면서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달러화를 되도록이면 빨리 팔아치우고 우리 원화를 갖고 있으려던 기업이나 은행ㆍ고객들이 이젠 기왕이면 원화대신 달러화를 보유하려고 야단들이다.
원절상 기조하에서 천대받고 기피되던 달러가 원절하 기조가 되면서 처지가 바뀌어 선호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문을 따라 흘러다니는 돈의 생리로 보아 당연한 귀결. 원절상 기조에서는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으면 절상폭만큼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보게되므로(환차손) 누구나 달러를 기피하게 마련이다.
반면에 원절하 기조에서는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지니고 있기만 해도 절하되는 만큼 값어치가 올라 이익(환차익)을 누리게 된다. 「달러 천대」에서 「달러 선호」로의 반전현상은 지난 12월중 아주 극적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11ㆍ14 경제종합대책」과 「12ㆍ22 새해경제운용계획」을 통해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소간의 절하의지도 갖고 있는 것으로 묵시적으로 전해짐에 따라 기업과 거래고객들은 확실한 원절하 기대감 속에서 지금까지의 태도를 돌연 바꿔 「달러보유」로 급선회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국내거주자들의 외화예금이 12월들어 불과 보름사이에 무려 1억5천만달러가 늘었다. 이 새로 늘어난 액수만 놓고 계산하더라도 당시보다 올해들어 보름사이에 환율이 5원이상 올랐으니 예금주들은 이자말고도 원금을 원화로 환산할 경우 최소한 7억5천만원 이상의 환차익을 가만히 앉아서 챙기게 된 것이다.
외화예금은 원화가 한창 절하되던 85년도까지는 잔액이 10억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원화가 급격히 절상되기 시작하자 자꾸 빠져나가 환율이 달러당 6백65원대까지 떨어져 가장 낮았던 지난해 4월엔 예금잔액이 고작 2억6천만달러에 불과했다.
이후 환율이 안정적으로 운용되자 4억달러 안팎을 오락가락하다가 12월15일 현재 5억5천만달러 수준으로 회복된 것.
달러선호 현상은 지난 12월중 수출입과 해외자본거래에 의한 통화의 국내 공급ㆍ환수 측면에서도 이변을 일으켰다.
해외부문은 지난 86년이후의 흑자기조하에서 엄청난 규모의 새 돈을 국내에 풀어놓았었다. 그런데 12월엔 해외부문에서 무려 1조원의 돈이 오히려 환수됐다.
원절하 기대감때문에 기업들이 수입은 되도록 서두르고 수출을 되도록 늦추는 조기수입ㆍ지연수출현상(리드 앤드 래그)을 빚어 외국과 돈을 주고받은 측면에서 보면 1조원의 돈이 밖으로 더 나간 셈이다. 이것 역시 원화는 가치가 더 떨어지기전에 하루라도 빨리 지급하고 달러는 가치가 더 오른 후에 되도록이면 늦게받겠다는 경제적 판단의 소산이다.
게다가 수출대금결제를 아예 원화가 아니라 달러화로 받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그걸 받아서 그대로 예치해놓으면 원절하폭 만큼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통화를 관리하는 한은이 예상밖의 큰 덕을 톡톡히 보았다. 12월만해도 경기부양자금이다,증시부양자금이다 해서 돈이 마구 터져나간 판에 해외부문에서도 돈이 더 풀렸다면 한은은 거의 통화관리를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을 것인데 그나마 해외부문에서 1조원이 환수되는 바람에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것.
달러선호 원화기피는 외채상환도 촉발시킨다. 부담이 늘기전에 빨리 갚아버리자는 것이다. 이런 달러선호현상은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강세가 계속돼 원절하 기조가 계속되는한 적어도 올 1ㆍ4분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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