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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의 입장(군축시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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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의 입장(군축시대:1)

입력
1990.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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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모두 군사비경쟁에 부담/소의 선수에 미 군부서도 신뢰냉전의 종식과함께 범세계적인 군축시대가 열리고 있다.

부시­고르바초프 미소두정상은 역사적인 몰타정상회담에서 화해와 협력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전후세계질서를 양분해 온 미소정상들이 「화해」를 표방한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소양국은 전후 45년동안 냉전체제의 기조위에서도 간헐적으로 데탕트를 연출했었다. 이 단명의 화해기에 SALT(전략무기제한협정) Ⅰ,Ⅱ와 ABM(요격미사일망)협정등 핵경쟁을 제한하는 군축협정이 실현됐다.

그러나 미소 양국은 근본적으로 상호불신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 데탕트뒤에는 제3세계 분쟁에의 개입과 세력확대전등으로 대립과 대결이 이어졌다. 기존의 군축협정은 완전히 백지화되지는 않았으나 양측의 중단없는 군비경쟁과 군축협정의 허점악용으로 사실상 무력화됐다.

양측은 핵탄두의 운반체 즉 미사일의 제한에 역점을 둔 SALT I협정의 구멍을 이용,운반체를 늘리지 않으면서 다탄두미사일을 개발해 실전에 배치함으로써 협정의 의미는 상실됐다. 이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않는 군축협정의 한계를 실증한다.

레이건대통령이 ABM협정을 확대해석,SDI(전략방어 구상ㆍ별들의 전쟁) 무기개발을 정당화하려 시도했던것도 군축협정이 군축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기존의 군축협정은 핵군축에 한정돼왔다. 재래식군사력의 감축을 목표로 한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간의 상호병력감축협상은 장만 벌여놓은채 개점휴업상태로 오랫동안 동면해왔었다.

몰타정상회담이후 군축에 기대가 모아지는 것은 미소양측이 모두 군비경쟁부담에서 벗어나야할 필요성이 절실한 상태여서 소련과 동구권의구조적변화에 따라 상호불신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경제의 회생을 시도하고 있는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는 소련 GNP의 12%에 달하는 군사비의 삭감을 통한 재원조달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는 군사비삭감의 전초작업으로 군사전략을 「공격전략」에서 「방어전략」으로 전환할것을 선언했고,핵전략을 「대등또는 우위확보전략」에서 「충분전략」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유럽주둔 소련군의 일방적인 부분철수를 선언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는 이어 핵전력의 50% 감축을 겨냥한 START(전략무기감축협정)에 미국보다 적극적인 열의를 보였고,재래식군사력 감축에서는 부시대통령이 제의한 불균형감축을 원칙적으로 수락했다.

소련은 또한 90년의 군사비지출을 6∼7% 삭감했다고 발표했다. 고르바초프의 체제개혁과 군사적인 긴장완화조치는 미국내 반소여론의 보루인 군부에서조차 신뢰를 획득하기 시작했다.

부시행정부를 「대소회의」에서 「대소협력」으로 선회케한 결정적인 전환은 소련의 브레즈네프독트린폐기와 동구의 혁명이다.

부시대통령은 당초 전임레이건대통령이 소련과 INF(중거리핵전력) 폐기협정을 체결하는등 반소정책을 수정한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그도 폴란드ㆍ헝가리ㆍ불가리아ㆍ체코ㆍ동독등 동구권에서 공산당1당독재체제가 붕괴,다당제가 채택되고,경제체제도 중앙통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는등 실로 코페르니쿠스적인 변혁이 이루어지고,소련이 이에대해 간섭은 커녕 권장하는 정책을 견지하자 대소화해의 손을 내밀게됐다.

특히 동독의 공산독재체제 붕괴에 따른 동ㆍ서독통일의 현실적가능성을 통독의 조속 실현저지라는 측면에서 소련과 이해의 일치를 보게됐다.

소련의 전략전환과 일방적 철군의 단행,내부체제개혁및 동구의 변혁등은 소련이 주도하는 바르샤바조약기구의 군사적 위협을 사실상 소멸시켰다. 이것이 무엇보다 대소신뢰를 제고시켜준것이다.

부시행정부는 대소견제정책 즉,군비경쟁전략의 근거가 됐던 소련의 팽창주의 위협이 격감함에 따라 국방비감축의 압력이 안팎에서 증대되고 현실적인 필요성도 점증하자 소련과의 군축에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미소간의 향후 군축협상은 양국의 안보환경변화,경제적경쟁력의 증대,상호간의 신뢰조성분위기로 전후 어느때보다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군축의 대상도 핵,재래식 군사력,화학전 능력등 전례없이 포괄적이다.

재래식 군사력 제한회담은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즉 동서 유럽 20여개국이 참여,참가국수에서도 최대규모다.

부시대통령은 몰타회담에서 90년에 쌍무적인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과 유럽재래식군사력감축(CFE)협정을 체결할것을 제안했다.

또한 범세계적인 화학무기 금지협정 체결을 위해 미소가 화학무기를 미국의 현재 보유수준의 20%로 감축하는 협정을 체결할것을 요구했다. 소련은 이 3대군축 분야에서 정치적으로 이니셔티브를 취했고 군축규모의 확대를 주장해왔기에 몰타회담에서 부시대통령의 제의를 수용했다.

미국은 유럽주둔미군의 감축을 재래식 군사력감축협정의 테두리내에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동구의 정치변혁에 따라 소련이 상응하는 군축을 단행한다면 협정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추가철군도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은 서구방위에 국방비(연간 3천억달러)의 절반을 지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미소 냉전체제의 종식을 상정하여 미군의 전면적인 축소재편성을 현실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소는 군축무드가 성숙된 가운데 1월중에 3대군축문제를 놓고 소련과 외무장관 회담을 갖는다.

90년은 군축의 해가 될것으로 낙관하는것이 미소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그러나 미소와 그 군사블록사이에 평화의 새지평이 열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핵확산,지역분쟁 당사국간의 군비경쟁,지역강대국의 군비확장 추세등은 변화하지 않고 있다.

지역강대국인 동북아의 일본과 중국,통일이 현실문제로 부상되고 있는 독일의 군사적잠재력은 21세기 세계군사력의 중요변수다. 분쟁지역인 중동과 한반도의 군비경쟁도 평화에의 위협요소다. 미소간의 「대군축」이 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것인가. 태동하고있는 세계의 신 질서아래에서 미소가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분쟁당사국의 하나요,강대국 틈에 끼여있는 지정학적 숙명을 지닌 한국이 새로운 국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언제나 미해결의 장을 남겨둔다.<워싱턴=이재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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