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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수준(장명수칼럼: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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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수준(장명수칼럼:1302)

입력
199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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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연말 전직대통령의 증언을 듣는 국회청문회를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개탄했던 것은 국회의원들의 수준과 역량이 너무 빈약하다는 점이었다.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대통령이 국회청문회에 나와 증언한다는 역사적인 사건이 깊은 역사적 교훈을 새기지 못하고 한낱 정치쇼로 끝나버린 것은 쌍방의 수준과 성의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야당의원들은 전전대통령의 증언이 불성실하여 청문회가 실패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번 실패는 여와 야,증인과 국회의 합작이었다.

회의장에 앉아있는 5공ㆍ광주특위위원들과 방청석을 메운 국회의원들은 여야가 서로 야유하고,증인을 성토하고,소란을 떠는데는 유능했으나 역사적인 청문회를 역사적으로 끌고갈 역량이 없었다. 그들이 증인의 불성실한 답변에 대응하는 무기는 물리적인 폭력과 폭언으로 판을 깨는 것 밖에 없었다.

아침10시부터 자정까지 14시간이나 청문회를 열어놓았으나 옥신각신 7차례나 정회가 선포되고 증언을 들은 시간은 겨우 두시간 정도였는데,그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야당의원들의 진의가 과연 무엇인지 수수께끼였다. 판을 깨기위한 밀약이 있었다는 설은 설로 흘려버리더라도 증언내용이 부실하여 국민의 불만이 끓어오르자 오후부터 TV카메라와 유권자를 의식한 과격언동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증언을 듣기위해 출석시킨 증인에게 위원장은 차우셰스쿠처형까지 언급하며 미리 길게 단죄를 하고,어떤 의원은 발언대로 뛰어나와 「당신은 살인마」라고 외치고,방청석에서 일어나 욕설을 퍼붓는 의원들을 경위가 앉으라고 하자 『이놈들이 국회의원을 협박해?』라고 소리치는 기이한 광경이 여기저기서 벌어졌는데 그 주인공들은 모두 국회의원들이었다.

전직대통령의 미흡한 증언에 분노하던 국민들은 저녁부터는 의원들의 해프닝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야당들은 여야합의로 확보했던 보충질의의 기회마저 잃었고,국민이 더많은 증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그들은 준비없이 판을 벌였다가 무성의한 증언에 말려들어 들러리를 섰다는 비난을 뒤집어 쓸 것이 두려워 우왕좌왕하는 꼴을 보였다.

이쯤되면 이제 국민이 정신을 차려 5공청산을 해나가는 수 밖에 없다. 진정한 청산은 정치풍토의 개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특정인 몇사람의 증언이나 사퇴로 마감되는 것이 아니다. 대의정치에서 국민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신중한 투표로 성실한 대표를 뽑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다시 확인했다. 그것이 어이없이 끝난 이번 청문회에서 어이없는 분노끝에 국민이 되새기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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