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화 물결… 지난 30년식 성장 벽에/기술ㆍ생산성 중심 새전략 시급21세기로 가는 마지막 연대의 첫해를 맞아 한국경제는 새로운 시험대 위에 서게됐다. 80년대 후반기부터 늘상 얘기돼오던 국가적인 선택남미형 좌절이냐,일본식 도약이냐를 스스로 결정해야하는 시기를 맞게된 것이다. 정부와 관련 연구기관들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90년대중에 우리경제가 지금의 영국이나 이탈리아 싱가포르와 같은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0년대를 마무리 짓고 21세기를 맞게되는 오는 2천년에는 우리경제도 선진국 수준이 된다는 밝고 희망찬 전망을 자신있게 내놓고 있다. 경제기획원과 한국개발 연구원(KDI),산업은행 같은데서 내놓은 2천년대 경제전망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6천달러(현재 가치로 따지면 영국수준인 1만1천달러)가 되고 GNP(국민총생산)는 7천5백억달러로 자유진영에서 11∼12위가 되며 수출은 1천8백억달러로 세계 10위가 되는등 경제력으로 따져서 대략 세계 10위권의 당당한 선진국이 되는것으로 돼있다.
이런 전망은 90년대 10년간 연평균 7∼8%의 성장을 이룩한다는 가정,그정도의 성장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해서 나온 것이다. 지난 60년대중 우리경제는 연평균 7.7%,70년대에는 8.9%,80년대에는 8.3%의 성장을 이룩했고 과거 30년동안 계속해서 연평균 8.3%의 성장을 지속해왔으므로 90년대중 7∼8%의 성장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로 생각될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영국 수준의 경제적 선진국이 되는것도 수월한 목표인 것으로 보일수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앞으로 10년동안 계속해서 7∼8%의 성장을 지속해 나갈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과거 30년동안 경험해 본 일이 없는 일대 변혁이 정치 경제 사회 모든부문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속에서 지난 30년간 8%정도 성장은 해왔으니까 앞으로 10년간도 그럴 것이라고 믿어 버리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 아닐수 없다.
정치적으로 볼때 과거 30년은 권위주의와 개발독재의 시기였다. 민선 대통령을 뽑아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지 겨우 2년.
선거에 의해 두번째 세번째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민주주의의 확고한 틀이 다져지기까지 정치의 안정을 쉽사리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좌로가면 혁명적 상황이 우로가면 쿠데타인 불안한 정국이 민주주의의 궤도로 튼튼하게 중심을 잡아나가지 못하면 7∼8%의 성장은 고사하고 경제적인 파멸을 모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것이다.
경제적으로 볼때도 상황은 과거 30년과는 판이하게 전개되고 있다. 30년 고도성장의 유일한 동력이었던 인적자원우수하고 근면한 노동력,경제관료들의 능률성과 헌신성,기업가들의 왕성한 투자의욕과 모험ㆍ개척정신은 피폐ㆍ고갈되고 경제성장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국가적인 욕구ㆍ의지는 파괴돼 버린지가 오래다. 기술축적은 얕고 임금은 급속하게 오르고 있으며 투자재원의 부족으로 금리는 비싸다.
30년간 유지돼온 경쟁력이 내부적으로 붕괴ㆍ좌절되고 있는 상황이며 세계 도처의 수출시장에서 한국상품은 퇴조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이 다시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너무도 많은 조건들이 새롭게 갖추어져야 한다.
경제ㆍ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이 조성되고 있는 환경도 지난 30년과는 판이한 것이다.
노사 갈등은 더욱 첨예하게 증폭ㆍ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계층간ㆍ지역간 불균형과 이로인한 대립ㆍ갈등,복지ㆍ형평에 대한 욕구분출,구시대의 낡은제도ㆍ관행에 대한 저항과 마찰 등등 90년대는 몸살과 열병을 앓는 개혁의 연대가 될것이다.
토지공개념 제도와 금융실명거래제의 도입,광범한 세제개편,각종 경제제도ㆍ법령의 개혁등 치르고 극복해 내야할 묵은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90년대다.
정치ㆍ경제ㆍ사회적인 제반 조건들과 환경이 이처럼 지난 30년과는 판이하기 대문에 종전처럼 8% 성장정도는 무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안이한 타성일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8% 수준의 성장을 보장해 주었던 온갖 조건들은 이제 거의 모두 사라졌다. 앞으로 10년간 7∼8% 성장을 해나가자면 그에 맞는 새로운 조건과 환경이 갖추어져야 한다.
먼저 무엇을 성장의 힘으로 삼을 것인지가 결정돼야 할것이다. 파괴된 성장의 동력(인력)이 회생돼야 하는 것이다. 싼 인금과 긴 노동시간,압축된 노동의 강도등으로는 이제 승부를 걸수 없게 됐고 관료들의 능률성과 헌신성,기업가들의 모험ㆍ개척정신도 옛날처럼 기대할수 없게된 상황에서 무엇으로 이를 대체할 것인가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이 했던것 같은 국가적 차원의 기술개발ㆍ기능향상수출입국에 견줄정도의 기술입국정책,대대적인 생산성 향상운동,범국민적 노사협력 운동등을 통해 성장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성장전략을 모색하는 시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민주적 정치제도ㆍ관행의 정착과 함께 경제ㆍ사회전반에 걸친 일대 쇄신과 개혁으로 새로운 시대적 환경에 적응하는 사고와 행동,정책과 제도로의 탈바꿈이 있어야 한다.<박무기자>박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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