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론엔 “사죄” 각론선 「자기합리화」로 일관/여론향방이 변수… 자칫 새 불씨될 소지도/청산 대미안될 경우 1노3김에 공동부담전두환 전대통령의 국회증언은 5공청산을 종결짓는 데 있어 반드시 치러져야할 의식적 「통과의례」로서 증언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야할 것 같다. 그러나 전씨의 증언이 여야합의에 의한 「규격사회」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정회를 거듭하는 파란을 겪은 끝에 끝내는 증언을 마무리짓지 못하는 일그러진 모양새를 보였고 증언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소리의 강도가 예상보다 강함을 감안하면,단순한 통과의례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음에 유념해야 할 듯싶다.
의원들은 청와대 대타협의 정신에 따라 이날 증언이 지니고 있는 내재적 한계성을 충분히 의식하면서도 증언내용의 부실 등을 들어 제도권 정치전반에 돌아올 여론의 화살을 우려한 분위기가 역연했다. 특히 야당의 경우 전씨의 증언이 5공청산의 마무리가 되기는 커녕 새로운 불씨가 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는 모습니다.
물론 민정당 등 여권은 세계역사상 유례가 없는 전직대통령의 국회증언이라는 점을 들어 증언내용보다는 증언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국민감정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전씨는 이날 증언의 시작에서 『국민과 역사앞에 깊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사과했으나 구체적 증언내용은 미리 제출된 1백25개항의 서면질의서와는 현격한 시각차이를 보였다.
특히 자신의 백담사 은둔에 대해 『재임중 과오를 사과하고 남은 정치자금이 있으면 국가에 헌납하고 고향에나 가서 살라』는 정치권의 제시를 모두 수용했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정치권이 제시한 해결책이 모두 실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바대로 과거청산 논란이 끊이지 않아 증언을 하게 됐다』고 증언에 임하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전씨가 비록 증언의 모두에서 역사앞에 죄책감을 인정하는 형식을 빌려 총괄적인 사죄의 얘기를 했지만 각론적 증언내용이 국회가 5공특위와 광주특위활동을 통해 규명해온 내용과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고 보면 반성과 증언의 농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전씨는 일해재단 기금조성 과정에 강제성여부,새세대육영회와 심장재단의 기금조성,부실기업정리,이철희ㆍ장영자사건,금호그룹에 대한 민항허가,원전11ㆍ12호기 도입 및 노스럽항공기건 등 국회가 5공비리ㆍ의혹사건의 대표적인 예로 지적한 사항들에 대해 한결같이 질의사항을 부인했다.
전씨는 광주문제 부분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의 성격규정과 책임소재파악및 발포책임자 색출 등의 거시적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증언을 하지 않은 채 당시의 사실을 나열하는 미시적 방법을 시종했다.
또 광주문제에 대해 『군의 작전권이 이원화되었다는 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군의 작전과 이동에 간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고 『광주문제가 이렇게 큰 비극으로 확산될 줄은 초기단계에서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증언했다.
전씨의 광주부문 답변역시 5공특위 부분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서 총체적인 사과는 하지만 구체적 각도에 있어서는 광주특위가 청문회에서 도출해낸 결론과는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게다가 증언은 야당의 거친 항의로 마무리짓지 못하는 예상외의 상황을 맞으면서 이날 증언은 반신불구가 되고 말았다. 야당은 『이날 증언의 승패여부는 전씨가 얼마나 성실한 증언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얘기해왔는데 이날 증언은 성실성여부판정에서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좀더 구체적인 성실성판정은 증언을 지켜본 국민과 여론이 하겠지만 정치권이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이의제기가 나올 경우 사안은 복잡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증언이 모양새 좋게 끝나도 정치권이 국민의 비판을 수용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는데 반쪽 증언이 됨으로써 상황은 어려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증언의 성실성여부를 둘러싼 여야간의 이견과 일부야당의원들의 거친 행동은 정치권이 뒷마무리에 실패할 경우 사태의 악화는 더욱 재촉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날의 증언이 청와대대타협의 연장이라는 점을 십분감안해 증언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펴며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언에 쏟아질 비판의 수위가 정치권이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경우 「1노3김」의 공동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증언의 성실성을 둘러싼 공방은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대립양상을 띨 확률이 많다.
정치권은 이에 대비해 2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등 법적 청산을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있으며 내년상반기중에 지자제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국민여론중 상당부분이 5공청산의 형식이나 실질적 내용에 관계없이 조기청산을 무조건적으로 원하고 있다는 측면도 있다.
정치권은 90년의 새 정치를 펼치기 위해서는 5공청산의 종결선언이 불가피하다는 상황론을 펴며 전씨증언을 5공청산 종결과 등식화시킬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주장은 상당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조성을 위해 2월임시국회에서의 법적청산과 지자제 선거실시라는 유효한 카드를 지니고 있다.
특히 지자제선거의 경우 선거가 지니고 있는 관심의 폭발성 때문에 5공청산에 대해 지니고 있는 잔존비난을 상당부분 흡수해 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입장이다.
이러한 정치권의 계산이 맞아떨어질지 여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전씨증언을 평가하는 국민여론이 될 것임은 물론이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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