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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이 알려주는 의료상식] 한국인 1위 암, 위암도 소홀해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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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이 알려주는 의료상식] 한국인 1위 암, 위암도 소홀해서는 안 돼

입력
2020.06.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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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서윤석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서윤석 교수

◇국내 사망원인 1위 암…위암 발병률 가장 높아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국민 보건과 질병 예방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줄곧 국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질환은 바로 암입니다. 최신 발표된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에서는 23만2,255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고 그 중 위암은 남여 합쳐 2만9,685건(전체 암 발생의 12.8%)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위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발병률 대비 사망률(인구 10만명 당 15.1명) 또한 일본과 더불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5년 생존율이 약 70%에 달합니다. 의료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33.1%, 영국은 20.7%에 그치는데 비해 약 2~3배 이상 높은 생존율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세계에서 위암 발병률이 가장 높지만 사망률은 현저히 낮은 이유로는, 1999년부터 시작된 국가암검진 사업을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4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위암 검진을 받을 수 있고,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또는 위장조영술 검사로 위암을 조기에 진단받을 기회가 있습니다. 검진 비용의 자기 부담금도 건강보험료 납입 수준에 따라 무료에서부터 최대 10%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평생 속 한 번 불편한 적 없고, 장도 튼튼하다”며 아직도 위암 검진, 특히 위내시경 검진을 받지 않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오히려 '우리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다들 암과는 거리가 먼 건강한 사람들인데 비싼 건강보험료만 낭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가암검진을 위해 해마다 막대한 의료재정이 사용 되고 있는데 반해, 대부분의 수검자들이 건강하고 그 중 일부만이 암 진단을 받는 혜택 아닌 혜택을 누리게 되니 이런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정기적인 암 검진, 생존율 높이고 의료비용도 줄여

국내 전체 위암 환자(2004~2013년)의 치료이력 및 관련 의료비용과 생존율을 처음으로 함께 분석한 서울대학교병원의 빅데이터 연구가 최근 미국 암협회 학술지에 발표됐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술 혹은 항암화학요법 등의 위암 치료방법과는 무관하게, 국가암검진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환자군이 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았던 환자군에 비해 5년 및 9년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망 위험율 또한 41% 감소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향상된 치료 성적은 검진 후 늦어도 4개월 이내에 첫 치료를 시작했을 때 가장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위암은 5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완치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연구에서는 위암 치료를 위해 5년 간 지출한 총 의료비용도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국가암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았던 환자군에 비해 한 번 이상 검진을 받아본 환자군에서 총 비용이 평균 5.1% 적게 청구됐습니다.

이처럼 암검진을 통해 생존율은 높이고 실질적인 의료비용은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위암 검진은 막대한 검진 비용 부담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시행되고 있습니다. 연구를 통해 분석한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보면, 국가암검진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위암 환자 1인 당 1년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위암 의료비용(검진 및 진료비 전액)이 평균 2,216만9,759원이 추가로 필요했으며, 이는 국내 1인당 국내총생산량을 고려했을 때 비용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복강경 위암 수술법, 위 기능 보존하고 후유증은 줄여

하지만 이러한 검진 효과만이 국내 위암 치료수준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 유수의 외과의들과 함께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가 최근 미국 의학협회 종양학학술지에 보고됐습니다. 조기 위암을 대상으로 시행된 이 연구는 복강경 위암 수술이 기본 개복 수술에 비해 합병증은 적으면서도 장기 생존율에는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고, 우리나라가 조기 위암의 표준 수술법을 세계에서 선도하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조기 위암인데도 그렇게 많이 위를 잘라내? 아프고 힘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수술을 주저하기도 합니다. 위암 환자들이 느끼는 수술에 대한 이러한 부담과 후유증은 줄이고, 삶의 질을 보존하면서 빠르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국내 복강경 위암 수술법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유문 등 남은 위의 형태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기능보존 위암 수술(그림1, 그림2) 또는 2~3cm의 작은 복부 창상 하나만을 이용해 수술하는 단일공 위절제술(그림3)등 여러 가지 고난이도 최신 수술법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인 주의해야 할 위암, 정기검진 필요성 잊지 말아야

각종 감염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사회 안팎의 여러 어려움들을 이겨내느라 모두가 지치고 힘든 시기입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인 위암에 대한 주의와 관심까지 낮아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감염관리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의료기관에서도 감염예방을 위해 위생관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시경 시 사용되는 모든 시술기구 및 부품은 지침에 따라 일회용을 사용하고, 세척 및 멸균처리를 철저히 시행해 모든 환자분들이 안전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려다 자칫 잘못하면 더 큰 병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정기적인 위암 검진과 수준 높은 위암 치료를 신속하게 시작하는 것이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서도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켜내는 커다란 혜택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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