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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년 더블린 위스키 불난리(6.18)

입력
2020.06.1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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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년 오늘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위스키 창고에 불이 나 인근 마을이 불바다로 변하면서 다수가 숨졌고, 또 다수는 공짜 술에 취해 병원에 실려 갔다. South Dublin County Council Digital Library
1875년 오늘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위스키 창고에 불이 나 인근 마을이 불바다로 변하면서 다수가 숨졌고, 또 다수는 공짜 술에 취해 병원에 실려 갔다. South Dublin County Council Digital Library

1875년 6월 18일 저녁 8시,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밀(Mill) 거리에 난데없는 위스키 ‘불줄기’가 번졌다. 챔버 스트리트의 양조장 ‘말론(Malone) 몰트하우스’ 창고에 불이 나면서 숙성 중이던 위스키 약 5,000배럴(약 80만L)에 옮겨 붙은 거였다. 열기에 오크 통이 팽창해 터지면서 위스키는 저지대로 흐르며 불길을 열었고, 가난한 마을의 목조주택들은 순도 높은 알코올 불꽃의 기세에 순식간에 여지 없이 잿더미로 변했다. 가축들도 식구처럼 집 안에서 기르던 때였다. 말과 돼지들이 공포에 날뛰면서 혼란을 가중시켰고, 또 숱하게 타 죽었다. 더블린 역사상 최악의 화재로 기록된 ‘위스키 대화재(The Great Whiskey Fire)’였다.

당시 더블린 소방대장 제임스 R 잉그램(James Robert Ingram) 대위는 뉴욕 소방국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소방관이었다. 그는 위스키 화재를 물로 진화할 경우 기름에 물을 붓는 격임을 알았다. 그는 모래가 가장 나은 진화수단이란 걸 알았지만, 대신 말 사료에 착안했다. 그래서 곡물과 짚을 잘게 갈아 만든 사료를 최대한 모으게 한 뒤 불길의 길목마다 작은 댐을 쌓게 했다. 위스키는 말 모이에 흡수돼 흐름을 멈췄고, 말 모이를 태우며 서서히 진화했다.

그 난리통에도 술꾼들은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급한 대로 사발과 술잔을 들고 나와 흐르는 위스키를 퍼 마셨고, 더 다급한 이들은 모자나 신발을 이용하기도 했다. 모두 24명이 폭음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인근 병원에 실려갔다는 기록이 있다. 총 13명이 숨졌고, 그중 12명이 화상과 유독가스에 희생됐다. 나머지 한 명은, 알려진 바 거리의 오물에 오염된 위스키를 너무 많이 마셔서 중독사한 거였다. 시 당국은 구호기금을 만들어 집과 가축을 잃은 이들을 도왔다.

일설에 의하면 화재를 최초로 고발한 것은 돼지들이었다고 한다. 후각이 민감해서 ‘송로버섯’을 찾는 데도 이용하던 돼지들의 비명에 사람들이 불이 난 걸 알아챘고, 대피를 서둘러 인명 피해가 줄었다는 것이다.

2014년 아일랜드의 한 위스키 제조업체는 새로 출시한 위스키의 라벨에 ‘불타는 돼지(Flaming Pig)’라는 이름을 새겼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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