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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지는 선수는 반드시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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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지는 선수는 반드시 성공합니다”

입력
2020.06.0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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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환 포항스틸러스 U-12 포항제철초 감독

이수환 포항스틸러스 U-12 포항제철초 감독이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이수환 포항스틸러스 U-12 포항제철초 감독이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스포츠를 집어삼켰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무관중 개막을 강행했지만, 초중고 선수들은 대부분 집에서 개인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경북 포항의 명문 축구팀 포항스틸러스 U-12 포항제철초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수환(36) 포철초 감독은 “2월부터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해 훈련도 중지됐다”며 “선수들이 당장이라도 운동장으로 나오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선수들이 매일 어떤 훈련을 했는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확인하고 주변 방문 기록까지 살피면서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제자들은 이런 스승의 마음에 화답해 지난 스승의 날에 ‘감독님 감사합니다’, ‘빨리 보고 싶어요’ 등의 글씨판을 적은 사진을 모아 이 감독에게 전하기도 했다.

포항스틸러스 U-12 포항제철초 축구부원들이 지난 스승의 날 이수환 감독과 코치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포항제철초 제공
포항스틸러스 U-12 포항제철초 축구부원들이 지난 스승의 날 이수환 감독과 코치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포항제철초 제공

붉은 용광로의 피가 흐르는 사나이

2003년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한 이수환 감독은 포철초와 포철중, 포철고를 거친 포항의 ‘원클럽맨’이다. 31살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다 지도자로 변신하면서도 포항의 유니폼을 벗지 않았다.

그는 “선수 생활의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은퇴하기 동남아 쪽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도 생각했었지만, 지도자로서 새 출발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서 이 길을 택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은퇴 후 포철고 코치로 합류했다. 이후 포철초 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 팀에는 31명의 선수와 이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 3명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원클럽맨 이 감독에게도 포항에 대한 자부심은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다. 평상시에도 항상 포항스틸러스 운동복을 입고 활동하고, 어딜 가나 ‘포항’이라는 글자가 빠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붉은 용광로의 피가 흐르는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런 자부심은 선수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있다. 그는 “선수들에게도 포항스틸러스는 꼭 입단하고 싶은 꿈의 구단”이라며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훈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환 포항제철초 감독의 과거 포철초 재학 시절 축구를 하던 모습. 본인 제공
이수환 포항제철초 감독의 과거 포철초 재학 시절 축구를 하던 모습. 본인 제공

완벽한 기본기와 ‘생각하는 축구’가 지도 철학

좌충우돌 지도자 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6년. 선수 시절에는 자기 몸 관리만 잘하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앞선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고 생각하는 선수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그는 “훈련할 때 선수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면서 생각하는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도 방식 덕분에 포철초의 성적도 전국구급이다. 이 감독이 부임한 첫해 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지난해 전남 구례에서 열린 노고단배 국제대회에서는 일본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선수들이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매사에 임했으면 좋겠다”며 “실수를 하더라도 항상 ‘잘할 수 있다’, ‘괜찮다’는 플러스 사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일반적으로 전해지는 운동선수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통해 단체 생활과 사회성을 기르면서 운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더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요즘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합니다. 오히려 운동을 하는 친구들이 자기관리에 충실하고 팀 활동을 한 덕에 주변과 더 잘 어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는 포철초 축구팀에서 미래 많은 프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배출돼 명문 포철의 자부심을 이어가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도 더욱 의욕을 가지고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그 동안 푹 쉰 만큼 이제 지옥훈련에 돌입해야겠죠. 하하!”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이수환 포항제철초 감독이 선수들로부터 헹가레를 받고 있다. 본인 제공
이수환 포항제철초 감독이 선수들로부터 헹가레를 받고 있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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